과월호 보기 김두환 집사
2009년 12월 본문 중에 아내와 남편의 관계에 대한 베드로전서 말씀이 마음에 와 닿았다. “남편은 아내를 어떻게 대해야 합니까?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연구와 묵상 질문 이에 대해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남편들아 이와 같이 지식을 따라 너희 아내와 동거하고 그를 더 연약한 그릇이요 또 생명의 은혜를 함께 이어받을 자로 알아 귀히 여기라 이는 너희 기도가 막히지 아니하게 하려 함이라”벧전 3:7.
12월 중순, 지방에 살고 있는 50대 초반의 둘째 형이 말기 간경화로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는데, 간암 징후까지 있어 병원에서는 가족들 간에 간이식을 의논해 보라고 했다. 형의 자녀로는 딸 둘밖에 없었고, 형의 생명이 걸린 일이라 앞뒤 가리지 않고 내가 검사를 받아 보겠다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아내가 내게 따졌다. 나는 나 혼자의 몸이 아니고, 아직 어린 세 남매의 아빠이며 한 가정의 가장이면서 어떻게 배우자와 의논 한마디 없이 혼자 불쑥 그렇게 결정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 달간 직장에 휴가도 내야 하고, 만에 하나 잘못될 수도 있는데 그런 걸 다 생각해 보고 결정했느냐는 것이다.
나는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냐. 지금 형은 목숨이 달린 일이고, 가장 가까운 친척은 나잖아. 아직 수술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간 기증이 가능한지 검사만 받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서운하냐. 당신 그렇게 냉정한 사람이냐”고 오히려 윽박질렀다. 나의 격한 반응에 아내는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베드로전서 말씀에서는 아내를 자기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님이 주시는 생명의 은혜를 함께 이어받을 자로 귀하게 여기며 사랑해야 한다고 했다. 부부가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복종하고 존중해 줄 때 하나님이 그들의 기도를 들으신다고 했다.
11월 큐티 본문 중, 어려운 상황에 처한 골육의 얼굴을 피하여 스스로 숨지 말라 한 이사야 58장 말씀을 떠올리며 내가 잘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내와 가족의 입장을 생각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은 참으로 경솔한 행동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좋은 일이라도 더 연약한 그릇이며 동반자인 아내와 상의하고 설득 과정을 거쳐 함께 기도함으로 시작했어야 했는데, 혼자 결정하고 통보하니 그 충격에 아내가 많이 서운했던 것이다.
이처럼 말씀은 내가 잘했든 못했든 모든 일상의 삶에서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균형추의 역할을 한다. 때로는 채찍을 통해 잘못을 깨우치게 하고, 때로는 지치고 서운한 마음을 다독이는 위로자의 역할도 한다. 문제는 내가 너무 어리석어 즉시 깨닫지 못하고 꼭 상황이 진척된 다음에야 고집을 꺾고 무릎 꿇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바라기는 조금만 더 현명해져서 문제가 커지기 전에 하나님의 지혜로 원만하게 해결하는 제자가 되었으면 한다. 날마다 묵상하는 말씀이 나를 그러한 현명함의 길로 이끌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