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미영 집사
“여러 계시를 받은 것이 지극히 크므로 너무 자만하지 않게 하시려고 내 육체에 가시 곧 사탄의 사자를 주셨으니 … 나에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그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이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고후 12:7~9.
바울은 어떤 마음으로 이 글을 썼을까 늘 궁금했다. 가시를 가지고도, 하나님이 고쳐 주시지 않음에도 기뻐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의아하기만 했다. 나는 내게 있는 육신의 약함도 가시일까 늘 고민하며 내 몸을 회복시켜 주시길 하나님께 간구하곤 했다. 10여 년 넘게 여러 병을 갖게 되면서 점차 약해질 수밖에 없었던 육신은 행동에 많은 제약을 가져다주었다. 그래서 더욱 이 말씀이 이해되지 않았고, 바울의 마음을 공감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내 마음은 하나님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하나님과 교제하는 데서 오는 기쁨으로 인해 웃음 지을 수밖에 없는 삶이 이어졌다.
며칠 전 뜻밖의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바울의 마음이 느껴졌다. 내 몸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아버지의 얼굴만 떠오를 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위기를 벗어난 후에 내 약함을 걱정해 주시는 분들을 보며 하나님께 감사했다. 내게 이 약함이 없었다면 미처 알 수 없었을 그 사랑이 너무 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하나님은 내게 육신의 약함을 주시고, 그 약함으로 인해 많은 사랑과 은혜를 받도록 해주셨다.
몹시 아파서 괴롭고 힘들었지만, 그 시간들은 하나님만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였다. 내 아픔으로 인해 아픈 자들을 바라보게 되었고, 연약하고 상처 입은 자들의 마음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사람들 앞에서 교만할까 봐 하나님이 내게 약함을 주셨나 보다. 그 약함 속에서 하나님을 알게 되었고, 그 은혜가 나를 살아가게 함을 새롭게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하나님이 내게 건강 주지 않으셔도 감사하고, 병을 치유해 주지 않으셔도 기쁘다. 이제는 하나님께 내 육신의 약함을 고쳐 주시기를 구하지 않는다.
지금 내게 주신 것에 감사하고, 이 약함 위에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기에 더욱 감사한다. 왜냐하면 내 의지로는 새벽기도를 다닐 수 없는데, 하나님이 내게 새벽기도 다닐 힘을 허락하셨다. 내 육신은 쉬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데, 하나님이 내게 견뎌 나갈 힘을 주신다. 사람들은 내가 무척 건강해 보인다고 하는데, 그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나는 안다.
“나의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고전 15:10.
연약한 내 육신을 붙들고 계신 주님을 알기에 나는 오늘도 행복하다. 바울의 고백들이 나를 위로하고 격려해 주니 큰 힘이 된다. 말씀을 한 번 읽는 것으로 부족하여 하루에도 몇 번을 뒤적이며 읽고 또 읽는다. 그 기쁨이 나를 채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