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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06월

큐티나눔방2 - 그때는 포도가 처음 익을 즈음

과월호 보기 오재경 집사

“토지가 비옥한지 메마른지 나무가 있는지 없는지를 탐지하라 담대하라 또 그 땅의 실과를 가져오라 하니 그때는 포도가 처음 익을 즈음이었더라”민 13:20.
어제 나의 주치의로부터 예방과 진단을 위해 다시 한 번 치료를 하자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무거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 힘든 과정을 다시 해야 한다니…. 속상함에 심한 두통도 나고, 마음에 짜증이 밀려왔다. 작년 이맘때 암 수술을 하고, 힘든 치료 과정을 끝냈다. “아, 드디어 이제 끝났나 보다.” 어쩌면 내 마음 한편에는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좀 어려운 숙제를 잘 감당하고 난 뒤의 우쭐함이 자리 잡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제 더 속상하고 불평이 나왔나 보다.
새벽에 일어나 조금 무거운 마음으로 <날마다 솟는 샘물>을 폈다. 오늘 본문을 읽어 가다가 “그때는 포도가 처음 익을 즈음이었더라”라는 마지막 구절에 마음이 머물렀다. 그때가 6월도 아니고 7월도 아니고, 포도가 처음 익을 즈음이라니….
12명의 정탐꾼을 가나안에 보내시면서 그 땅이 좋은지 나쁜지 판단하기 위해 그 땅의 실과를 가져오라 하시고, 이어서 “그때는 포도가 처음 익을 즈음”이라고 알려 주시는 하나님. 그들이 가지고 온 과일 중에는 무화과와 석류도 있었지만, 그때가 포도 철이기 때문에 아마도 그 땅의 비옥함을 가장 잘 판단할 수 있는 과일은 포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낯선 땅을 향해 가는 이들에게 말씀 가운데 주시는 힌트. 나에게도 계속 알려 주셨던 것 같다. 삶의 모든 순간마다 베스트를, 가장 정확한 타이밍을 알고 계시는 하나님은 어떤 시련과 고통 속에서도 열매가 익는 때를 나에게 알려 주셨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둔하고 미련하여 그 힌트를 놓치는 바람에 답답해하며 힘들어했나 보다. 
낯설고 두려운 땅을 정탐하러 떠나는 이들의 두려움. 한번 경험했기에 치료받기가 더 겁나는 나의 두려움. 본문에서 “담대하라” 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내 것처럼 다가왔다. 말씀의 힘, 말씀의 능력을 믿는다. 이 시간들을 보내며 하나님이 내게 요구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더 성숙해져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더 묵상할 것이다.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전 3:1. 그렇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고,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시는 하나님이 계시니 그분만을 바라봐야겠다. 우울해하지도, 억울해하지도, 나에 대한 연민에 빠지지도 않겠다. “이른 봄에 내 곁에 와 피는/ 봄꽃만 축복이 아니다/ 내게 오는 건 다 축복이었다/ 고통도 아픔도 축복이었다”도종환 시인의 “축복” 중에서.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긴 해도 “그때는 포도가 처음 익을 즈음”이라고 알려 주시는 하나님 때문에 이 시인의 마음이 내 마음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