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정은 성도
영국 여행을 가서 마지막 날 몸살에 걸렸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기내식이 나오는데, 쿨쿨 자느라고 내 몫을 받지 못했다. 깨어 보니 엄마와 동생이 밥을 먹고 있었다. 엄마의 쟁반을 보니, 머핀과 과일 칵테일이 가장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아무 생각 없이 내가 먹고 싶은 이 두 가지를 쏙 빼어 먹어 버렸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엄마는 그 쟁반에 남은 것들을 드셨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항상 그런 식이었다. 나는 엄마의 것들 중 가장 좋아 보이는 것을 가로채고, 엄마는 당연하다는 듯이 내어 주신다. 오히려 기쁘게 내어 주신다.
언젠가 엄마가 가장 좋은 것은 일부러라도 우리에게 주고 싶다고 하셨던 기억이 난다. “너는 안 믿기지? 근데 그게 진짜 엄마 마음이야, 너도 애 낳아 봐라” 하셨던 엄마. 한국으로 돌아오는 그 비행기 안에서, 처음으로 엄마의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하나님이 나를 위해 그분 자신이 가진 것 중에서 가장 좋은 것, 가장 좋은 예수님을 값없이 내어 주셨다는 것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내가 너를 지켜 주마. 나는 무성한 잣나무와 같으니, 너는 필요한 생명의 열매를 나에게서 언제나 얻을 수 있을 것이다”호 14:8, 표준새번역.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예수님이고, 하나님은 사랑으로 예수님을 내어 주신 것이다. 하나님의 사랑은 자식으로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엄마의 사랑보다도 더 크고 완전한 사랑이다. 그 사랑이 얼마만큼 큰지 계산해 보려 해도 계산이 되지 않는다.
티가 날까 봐 비행기 담요를 뒤집어쓰고 소리 죽여 울었다. 나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기꺼이 다른 사람에게 내가 가진 최고의 것을, 나의 목숨까지 내어 놓을 수 있게 되는 것이 사랑인데, 나는 너무나 쉽게 “사랑, 사랑…, 음 그래,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시지”라고 말했던 것이다.
세상에서 말하는 사랑과 하나님의 사랑은 다르다. 이기심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완전한 사랑은 하나님의 사랑밖에 없다. 하나님의 사랑은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내가 그 어떤 노력을 한다고 해도 엄마의 사랑을, 그리고 하나님의 사랑을 받은 만큼 돌려드리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겠다. 오늘은 설거지를 하는데 저절로 노래가 흘러나왔다. 엄마에게 불평하던 만큼 엄마를 도와드리려면 앞으로 한참 노력해야 할 거다.
이 글을 엄마가 읽게 되실지 모르겠지만, 엄마에게 내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그리고 하나님께도. “엄마, 정말로 고맙고 사랑해요. 하나님, 제가 앞으로 더 잘할게요.”
딸 정은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