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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5월

나를 만드는 삶의 모든 시간 -<보이후드>(2014)

과월호 보기 장다나(영화 평론가)

여섯 살 메이슨(엘라 콜트레인)과 누나 사만다(로렐라이 링클레이터)는 이혼한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아이들은 친아빠와의 주말 캠핑, 엄마의 재혼, 몇 번의 이사, 낯선 친구들과의 만남 등 반복되는 일상을 겪으며 점차 어른이 돼 간다.
<보이후드>는 내용에 앞서 독특한 형식으로 화제가 된 작품이다. 주인공 메이슨뿐만 아니라 그 역을 맡은 배우 엘라 콜트레인의 성장 모습까지 영화에 고스란히 담아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한 아역 배우의 12년이 2시간 남짓한 영화 속에 온전히 스며들어 있는 셈이다. 2002년부터 매년 15분의 분량을 촬영하고 그 시간을 압축해 완성한 이 영화는 내용도 감동적이지만, 영화의 한정된 시간을 뛰어넘어 세월과 사람의 변화를 잘 녹여낸 감독의 성찰 또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감독 리차드 링클레이터는 이미 1995년 <비포 선라이즈>를 시작으로, 2004년 <비포 선셋>, 2013년 <비포 미드나잇>을 통해 풋풋한 청년에서 농익은 중년까지 확장된 사랑의 스펙트럼을 담아냈다. 이처럼 영화적 시간과 현실의 시간을 나란히 병행하고자 하는 감독의 고민은 <보이후드>로 이어진다. 재밌는 지점은 영화가 다큐멘터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생생한 시간 경험을 통해 보는 이들까지 그때 그 시간과 장소에 참여하게 한다는 점이다.
영화는 실제로 2002년부터 지금까지 일어난 역사를 시기에 따라 삽입해, 과거 그 시점으로 관객을 이동시킨다. 오바마의 당선과 해리포터 시리즈의 열풍, 닌텐도나 애플 제품들의 진화 과정 등 근 10년간의 정치, 문화 그리고 산업의 흐름이 생생하게 재현된다.
한편 영화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에 대해 깊은 물음을 던진다. 메이슨이 아빠에게 “지금까지의 그 모든 일이 의미가 있는지” 질문한다. 이 질문에 아빠는 잠시 주저하다가 싱긋 웃으며 “나도 답은 몰라. 그저 주어진 삶에 맞춰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이라고 대답한다.
세상이 궁금하고 어려운 아들에게, 아들과 같은 고민을 하며 어느덧 성인이 돼 버린 아버지의 대답은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그것은 바로 삶의 시간이 단순히 흘러가는 것 같아도 진정한 삶을 고민하는 가운데 우리는 자연스레 성숙해질 것이라는 것, 또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의 모든 삶의 시간 또한 우리를 만들어 주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