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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6월

죽음을 통해 삶을 바라보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

과월호 보기 장다나(영화 평론가)

사르트르는 죽음에 대해 ‘가능성’이 아닌 ‘사실성’이라는 명제를 던진 바 있다. 모든 인간은 죽음 앞에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오히려 서로를 함께 생각하면 할수록 그 자체가 풍요로워진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강원도 횡성에 사는 한 노부부의 1년 4개월을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다.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신진 다큐멘터리 제작 지원을 받은 이 작품은 오랜 기간 독립영화 PD로 필모그래피를 쌓은 진모영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사실 이 노부부의 이야기는 2011년 <인간 극장 - 백발의 연인>(KBS1)을 통해 한 차례 방영됐는데, 당시 방송을 통해 커다란 울림을 경험한 감독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 
이 영화는 표면만 보면 마치 ‘사랑으로 살아가는 노부부를 죽음이 갈라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삶과 인생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바라보면 오히려 그 반대의 해석이 가능함을 알 수 있다. 즉,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이 존재하기에 사랑으로 남은 삶을 이뤄 나가는 노부부의 모습’이 결국 이 영화의 가장 큰 감동의 지점이라는 것이다.
주목해 볼 것은 노부부의 집 근처에 흐르고 있는 작은 강이다. 신화적으로도 ‘강’은 망자(亡者)들이 걷는 곳을 의미한다. 이 강은 노부부에게 친숙하면서도 두려운 공간으로 묘사된다. 죽은 4명의 자녀들을 회상하거나 할아버지의 옷을 아궁이에 태우는 장면, 위태롭게 서 있는 조약돌 탑의 이미지는 죽음이라는 커다란 강 위에서 잠시나마 행복을 꿈꾸는 우리의 모습과도 같다. 그러기에 ‘삶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은 극중 노부부의 사려 깊은 모습과 맞물린다.
어쩌면 『밤 끝으로의 여행』을 쓴 셀린느의 말처럼, 우리의 인생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여정’일지 모른다. 그래서 ‘얼마만큼 살 것이냐’가 아닌 ‘어떻게 살 것이냐’를 고민하게 된다. 더더욱 76년간 서로 이해하고 기대 온 이 노부부의 모습 속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배울 수 있다. 결국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건 ‘사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