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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7월

치유와 회복을 위한 여정 -<와일드>(2015)

과월호 보기 장다나(영화 평론가)

<와일드>는 엄마의 죽음과 함께 피폐해진 삶을 되돌리기 위해 PCT(Pacific crest trail) 여정에 오르는 한 여인의 여행기다. 셰릴 스트레이드의 동명 자서전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장 마크 발레가 메가폰을, 주인공 셰릴 역을 맡은 배우 리즈 위더스푼이 프로듀서로 참여해 개봉 전부터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PCT 코스는 미국 서부를 종단하는 길로, 멕시코 국경에서부터 캐나다 국경 너머까지 총 4,285km나 된다. 화산, 초원, 사막, 호수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자연이 존재하는 아름다운 곳이지만 그만큼 끊임없는 고독과 외로움을 대면해야 하는 두려운 공간이기도 하다. 
<와일드>는 셰릴의 두 가지 여정을 보여 준다. 고난 앞에 하염없이 무너졌던 과거의 어두운 삶이 첫 번째라면, 두 번째는 지금 걷고 있는 험난한 PCT의 길이다. 공교롭게도 이 두 가지 길에는 공통점이 많다.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고,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며, 때론 우회도 해야 한다. 그런데 차이점이 하나 있다. 과거는 고난을 만났을 때 무너질 수밖에 없는 길이었다면, PCT 코스는 고난을 통해 용기를 얻고 다시 일어서는 희망의 길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가 주목해 볼 부분은 이 영화의 오프닝시퀀스다. 실수로 신발 한 짝을 낭떠러지에 떨어뜨리는 셰릴이 이내 무엇인가 각오한 듯 신고 있던 남은 신발 한 짝마저 던져 버린다. 이 장면은 셰릴이 PCT를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가장 명확하게 보여 준다. 즉, 이전에는 고통을 만났을 때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면, 이제는 고난을 스스로의 힘으로 개척하겠다는 강렬한 의지가 생긴 것이다.
영화는 원작과 달리 셰릴의 완주를 보여 주지 않고, PCT 코스 중간에 위치한 ‘신들의 다리’에서 끝이 난다. 그러나 우리는 그녀가 이미 놀라우리 만큼 변화됐음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우리의 삶도 이처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용기와 의지로 이뤄지는 것이 아닐까. 셰릴은 남은 여정에서도 또 다른 고통과 고난을 만나겠지만 우리는 그녀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을 것임을 안다. 이미 그녀 안에는 치유와 깨달음이 존재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