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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8월

사랑이라는 이름의 마법 -<매직 인 더 문라이트>(2014)

과월호 보기 장다나(영화 평론가)

인기 절정의 마술사 스탠리(콜린 퍼스)는 친구로부터 가짜 심령술사의 트릭을 밝혀 달라는 제안을 받고, 미모의 심령술사 소피(엠마 스톤)를 만나게 된다. 심령술은 거짓이라고 믿던 스탠리 앞에 믿을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급기야 스탠리는 자신이 믿던 이성 너머에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애니 홀>, <맨하탄> 등을 통해 동시대 뉴욕의 모습을 그려 냈던 우디 앨런은 <매치 포인트>를 시작으로 <미드나잇 인 파리>, <로마 위드 러브> 등 근 10년간 유럽 여행기에 집중하고 있다. 2013년 <블루 재스민>에서는 그의 70년대식 냉소가 잠시나마 돌아온 듯했으나, 곧 이어 <매직 인 더 문라이트>로 아름답고 사랑 넘치는 유럽 여행기를 또다시 시작한다.
지적인 유머와 위트를 가장해 삶과 죽음이라는 실존적 고민에 집착하는 그에게 과연 ‘사랑’이란 어떤 의미이며 어떤 형태일까. 놀랍게도 그의 염세적인 세계관은 사랑을 일종의 ‘마법’이라 부른다. 이해할 수 없는 일로 가득한 삶에서 비록 그것이 속임수일지언정 우리가 가진 유일한 희망과 위로,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우디 앨런은 이 시기를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28년 프랑스 남부로 설정하고 있다. 이때는 1차 세계대전의 비이성적, 비인간적 폭력으로 인해 오히려 정서와 감정에 눈을 돌리던 때였다. 이는 모더니즘 예술운동의 시기로 접어들며 마티스, 피카소 등의 아티스트들을 배출했는데, 이들이 사랑했던 곳이 바로 이 영화의 배경인 프랑스 남부다.
주인공 스탠리는 사람들을 판타지의 세계로 초대하는 당대 최고의 마술사지만, 스스로를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로 점철된 기술자로 여기며 마술에 취해 있는 관객들을 한심하게 여기는 냉소적인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나타난 소피는 ‘눈속임’이 아닌 사랑이라는 진짜 ‘마법’을 보여 주며, 그의 믿음과 신념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우리 역시 이렇게 사랑에 빠진다. 내 이성과 판단 기준은 어느덧 쓸모없는 허울뿐이며, 믿을 수 없이 벅찬 감정에 빠져 허우적거릴 뿐이다. 감독은 말한다. 나로선 어찌할 수 없는 치명적인 것, 이것이 마법(사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