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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부당함에 맞서는 당당한 여성들 <서프러제트>(2015)

과월호 보기 장다나(영화 평론가)

 1900년대 초 영국, 세탁장에서 일하는 모드 와츠(캐리 멀리건)는 불합리한 처우와 모욕 속에 희망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노동자다. 여성 참정권을 부르짖는 서프러제트를 만난 후 그녀의 마음속에 있던 작은 희망의 불씨가 빛을 내기 시작한다. 마침내 그녀는 세상의 부조리와 부당함에 당당히 맞서기 위해 거리로 나서게 된다.
영화 <서프러제트>는 약자에 대한 억압과 강요를 당연시 여기는 사회를 향해 불합리함을 외치는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다. 생소한 단어인 서프러제트는 ‘참정권, 투표권’을 뜻하는 ‘suffrage’에서 파생된 뜻으로, 20세기 초 영국 여성 참정권 운동단체를 지칭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이들의 활동이 여성뿐만 아니라 인종, 계급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 또한 아우르는 대표적인 역사적 투쟁이 됐다는 점이다.
감독 사라 가브론은 한 인터뷰에서 “지식인들이나 부유층만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모두 걸어야 했던 소외 계층 여성들도 참정권 운동에 대거 참여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라고 이야기한다. 부조리한 사회의 최전방에서 평등을 외치며 죽어간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 가브론 감독은, 이름도 없이 희생된 지극히 평범한 누군가를 추모하며 모드 와츠라는 캐릭터를 구상했을지도 모른다.
감독은 <서프러제트>가 절대 여성들만의 영화는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진정한 ‘평등’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이야기임을 강조한다. 그렇기에 영화는 새로운 시도보다 묵직한 메시지로 나아가는 힘이 강하다. 특히 1913년 당시 필름 영상과 국가별 여성참정권 부여 시기가 올라가는 영화의 엔딩 장면은 깊은 울림의 정점을 보여준다.
엔딩을 보고 있자면 씁쓸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수천 년의 역사 속에 여성의 권리와 존재가 인정된 것이 고작 100년에 불과함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직까지도 여성의 참정권조차 인정하지 않는 나라가 있다. 우리의 의식은 여전히 과거에서 부유하고 있는 것이다.
<서프러제트>는 보편화된 권력, 당연시 여겨지는 폭력이 무엇인지 날 선 비판의 시선으로 현재를 돌아봐야 함을 알리는 묵직한 경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