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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7월

버려야 가벼워지는 선교사의 삶

과월호 보기 주영찬 대표(HOPE선교회)

유난히 더웠던 여름의 더위가 막바지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9월초, 나와 아내는 선교지의 생활을 정리하기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냈다. 손때 묻은 가재도구들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 주고, 꼭 필요한 옷가지와 책 등을 정리해 한국으로 보내기 위해 아침부터 동분서주했다.
가방 두 개로 시작된 20여 년의 선교지 생활은 어느새 많이 불어나 있었다. 우리의 삶이 나그네요 순례자와 같다는 것을 알기에 ‘단순한 생활’은 우리가 선교지로 처음 나갈 때부터 추구했던 삶이다.
하지만 처음 다짐과 달리 불어나 있는 물건들은 내 연약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그네는 짐이 가벼워야 고생하지 않는다. 자꾸 옮겨 다녀야 하는 유목민의 삶과 같은 선교사에게 많은 짐은 곧 고생보따리다. 이제는 이삿짐센터의 전문가가 된 기분이지만, 챙겨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구별하는 일은 항상 어렵다. 사실 꼭 필요한 것도 아닌데, 짐을 쌀 때는 챙기고 싶은 욕심이 든다. 그래서 ‘단순한 삶’은 우리가 평생 훈련해야 할 과제임을 느낀다.
우리 가정은 내가 지난여름 HOPE선교회 대표로 선출되면서 22년의 선교지 사역을 정리하고 9월에 한국으로 복귀했다.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고국에 재정착하는 과정에서 ‘단순한 삶’의 훈련이 끝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사무실과 가까운 곳에 거처를 정하고, 차량과 가재도구를 장만하는 일 등은 여전히 절제훈련의 연속이다. 높은 물가와 변한 생활 환경, 그리고 사람들의 정서까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리라는 낭만보다는 오히려 역문화 충격으로 다가온다.
현재 미전도 지역으로 남아 있는 선교지의 대부분이 이념과 종교의 장벽으로 가려져 선교사의 입국을 막는 ‘창의적 접근 지역’이다.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으라”는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고자 복음과 격리돼 있는 사회주의 국가와 모슬렘 국가의 약 30억 명의 사람들을 위해 지난 1989년에 세워진 단체가 HOPE선교회다.
HOPE선교회는 현재 중국,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등 사회주의권과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의 이슬람권 등 22개 국에서 약 210여 명의 선교사들을 통해 주님의 지상 명령을 수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선교사들을 돌보며 선교 정책을 수립하고, 선교를 위해 교회를 섬기는 사역을 감당할 것이다.


기도제목
1. HOPE선교회가 성령의 인도하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이 시대에 맡겨진 책무를 충성스럽게 감당하게 하소서. 
2. 복음의 문이 닫힌 국가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을 보호하시고, 그들의 사역을 통해 주님의 영광이 드러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