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박주성 대표총무(국제제자훈련원)
요즘 ‘퓨전 사극’이라는 장르가 유행하고 있다. 이는 고증에만 몰두하는 교과서 같은 역사물이 아닌 기발한 상상력과 화려한 감각, 탄탄한 극작법으로 무장한 새로운 사극이다.
이번 달에 소개하는 『사도 바울』(홍성사)은 스데반의 죽음에서 시작되는 사도 바울의 이야기를 재구성해 마치 눈앞에 펼쳐지는 TV 드라마를 보듯이 생생하게 전달한다.
사람의 일생을 담는 전기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픽션이 가미될 수밖에 없다. 100% 고증할 수 있는 풍성한 자료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왜곡 아닌 왜곡을 할 수밖에 없는 한계도 있다. 그러나 철저한 고증 없이 상상력에만 의존할 경우, 독자들을 움직이는 설득력을 높일 수는 없다.
이 책을 지은 존 폴락은 복음전도자 빌리 그레이엄의 사역 초기에 그에 관한 공인된 전기를 쓴 작가로서 키치너, 윌버포스, 샤프스베리 등의 전기도 저술했다. 그는 성경이라는 바울의 인생에 대한 원재료와 방대한 역사 문헌 연구를 잘 버무려 이 책을 썼고, 바울의 생애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지평을 열어 주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퓨전 사극처럼, 성경에는 등장하지 않는 부분들에 대해 상상력과 묵상을 동원하고 타당성 있는 정보들과 함께 재구성해 볼거리, 느낄 거리, 적용할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바울이 젊은 산헤드린 공회원이었을 것으로 봐서, 그가 결혼을 했고, 자녀까지 뒀을 것이며, 일찍 사별했을 것으로 보는 대목 등은 상상력의 한계를 너무 넘어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관찰과 연구를 통해 성경의 원래 의미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 방대한 연구 자료와 조합하고 발전시켰고, 또한 풍성한 하나님의 음성을 묵상하고 분별하는 작업을 충실히 수행함으로써 얻어낸 결과물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챌 수 있다. 또한 전기적인 요소를 벗어나 소설적인 요소로 나아가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쓴 흔적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히 흥미로운 설정에만 기대지 않는 성실한 고증과 스토리텔링이 있다. 박식한 배경지식을 통해 역사적 사실과 허구적 이야기 사이를 매끈하게 연결하는 탁월한 직감이 배어나는 작품이다. 바울의 삶의 동기와 목표와 우선순위가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정리해 볼 수 있는 귀중한 보조 자료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