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지민 성도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갈 2:20).
익숙한 이 말씀이 내게 특별하게 다가온 것은 <날마다 솟는 샘물>로 말씀을 묵상하면서였다. 그동안 주님이 내 안에 살고 계심을 믿는다고 입술로는 고백했지만, 어려운 일이 닥치면 정말 내 안에 주님이 살고 계신지 의문을 품는 약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까다로운 사람을 상대해야 할 때, 회사에서 하기 싫은 일을 맡아야 할 때, 억울한 상황을 겪을 때면 나만 손해 보는 것 같아서 속상했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나도 모르게 하는 거짓말과 작은 눈속임, 감정 폭발 등으로 주변 사람들과 고통을 주고받으며 갈등 가운데 살았다.
최근에도 크고 작은 어려움이 몰려왔다. 직장에서 화목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내기가 힘든 동료가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이 애써 이루어 놓은 업무를 마치 자기가 한 것처럼 보고하고, 스트레스와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주변 동료들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 또한 같이 일하는 것이 싫었고, 때로는 감정적으로 너무 미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동료가 몸이 안 좋아져 병가에 들어가면서 그가 담당하던 업무를 전부 내가 받아서 하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병가라 업무 인계도 받지 못하고, 게다가 평소 내가 싫어하고 미워했던 사람의 업무를 떠안아야 하니 그저 피하고만 싶었다.
억울한 마음이 들어 하나님께 울면서 기도했다. 그때 하나님이 갈라디아서 2장 말씀을 통해 내게 십자가의 진리를 다시 묵상하며 깨닫게 하셨다. 하나님의 뜻에 반하는 내 이기적인 마음, 그것으로 인해 갈등과 괴로움이 있었음을 알게 하신 것이다. 내가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는 제자라면 세상의 갈등과 괴로움으로 낙심할 필요가 없었다. 나의 모든 갈등과 눈물은 결국 십자가의 완전한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 못했다.
이제 내 육신의 생각과 마음이 십자가 위에서 온전히 죽어야 함을 깨달았다. 죽는 것이 곧 사는 것이라고 가르치셨던 예수님. 십자가의 도는 이처럼 내 인생 가운데 조금씩 말씀을 통해 실현되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