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이은정 성도
지난 일 년치 <날마다 솟는 샘물>을 모두 꺼내 새삼스런 은혜에 빠져보기로 마음먹었다. 큐티 책을 통해 한 해를 돌아보니 내 영혼 가득히 햇빛 비치는 날이 있는가 하면 십자가를 지고 절벽을 오르는 날도 있었다.
부푼 기대와 희망으로 출발했던 2011년의 봄이 있었는가 하면 싫증날 정도로 퍼붓던 장맛비를 탓하며 몸과 마음이 짓눌러져 속수무책이었던 여름날도 있었다. 지난 가을에는 유난을 떨며 작정 기도라는 것을 해보았지만 끝내 미지근한 채로 끝나기도 했다. 하지만 실패의 순간마다 성령님께서는 찬양 멜로디를 기억나게 하셔서 속사람을 붙들어주셨다. 또한 경박단소한 세상살이에서 말씀을 인생의 갈피로 삼아 오늘이라는 현재를 살아가게 하셨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면,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음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전 3:11a). 지나온 시간 모두가 은혜다.
나는 2012년에 정든 공동체를 떠나 새로운 공동체를 만나게 되었다. 회한으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못다 한 섬김과 사랑을 좀 더 전하기 위해 실패의 자리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다. 사람들이 잘 모이지 않는 사역, 그 중심에 서 있기란 참으로 외로웠다. 무어라 다그치는 이도 없는데 머릿수를 채우지 못하는 것이 리더십의 부재 같아 쓰라린 마음이 컸다. 사역에 대한 비전을 명확히 제시해주지 못해 도중에 떠나가는 스태프도 있었고, 믿었던 동역자와 오해로 얽혀 관계가 깨어지기도 했다.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나의 역할인지, 인내의 몫인지 울먹이며 기도하던 밤들, 그렇게 어두운 터널을 지나 아침이 되면 어김없이 큐티를 통해 새 힘을 주시고, 갈 길을 밝혀주시는 하나님 아버지가 계셨다.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들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모든 사람의 본분이니라”(전 12:13). 이 말씀 때문에 나는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하나님을 경외한다는 것은 내게 보여주신 확실한 꿈과 비전을 상황에 떠밀려 내려놓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전히 평신도 리더를 꿈꾼다. 직장업무를 마친 오후, 동역자들이 있는 교회로 발을 옮긴다. 그곳에서 말씀이 무엇인지, 기도가 무엇인지, 기독교 세계관을 가지고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갈급한 청년들에게 말씀의 판을, 기도의 판을 벌려주는 사람, 삶으로 제자훈련을 마다하지 않는 진짜 평신도 리더가 되고 싶은 것이다.
그러고 보니 아직 완성되지 않은 미래도 모두 은혜다. 봄꽃이 피는 계절에 친구들에게도 큐티 책을 한 권씩 보내야겠다. 보내는 사람에 ‘하나님을 경외하는 평신도 지도자 이은정’이라고 써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