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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월호 보기 홍혜순 집사
사무엘상을 묵상하며 제사보다 순종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했다. 먼저, 엘가나의 두 아내 중 하나인 한나는 남편의 사랑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자식을 둔 브닌나로 인해 자주 격분하게 된다. 특히 화목제를 드리고 난 후 나누어 먹는 제물의 분깃을 앞에 놓고 심히 격분하고 괴로워했는데, 이런 그녀의 모습은 그동안 종종 예배의 형식과 내용이 달랐던 나의 신앙적 단면을 돌아보게 했다.
주일 아침 교회에 갈 준비를 하다가 남편이나 딸들과 사소한 일로 서로 불쾌한 말을 주고받게 될 때가 있다. 그러면 예배 중에도 서로 전혀 모르는 사람들처럼 외면한 채, 더 열심히 입술로는 찬양을 하고, 눈으로는 ‘하나님은 사랑이시라’를 뚫어지게 보고 있지만 예배시간 내내 분한 마음과 씨름을 해야 했다. 결국 화목제를 드리면서도 화목하지 못했던 한나의 모습이 예배의 형식은 지키고 있지만, 분노에 마음을 빼앗겨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하지 못하던 나의 모습임을 깨닫고 회개했다.
또한 “네가 언제까지 취하여 있겠느냐”라며 겉모습만 보고 깨끗한 믿음을 가진 한나를 책망하던 엘리 제사장, 하나님의 명령보다 자신의 판단을 의지했던 사울 왕은 하나님을 섬긴다 하면서 오히려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일을 서슴지 않았던 자들이다. 이 본문들을 묵상하면서, 믿음이 성숙하지 않은 딸들 앞에서 세상적인 방법을 선택함으로써 하나님의 영광을 가렸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이 사십에 하나님을 만나게 된 나는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나으니”라는 사무엘상 15장 22절 말씀을 처음 대했을 때, 하나님의 자녀가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은 당연하고도 어려울 게 없는 일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신앙 연륜이 쌓이고 하나님의 말씀을 알아 갈수록 예배의식이나 종교행위를 따르는 것이, 하나님의 음성에 순종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았던 사울에게 언제나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듯이, 순장사역을 하고 이런저런 봉사를 하는 내게도 말씀에 순종하지 못하며 핑계 삼을 이유들은 너무나 많았다. 그중의 가장 큰 이유는 ‘사십년 동안 몸에 배어서 그런 걸 어떻게 해!’였다. 그러나 큐티를 통해 작지만 깨끗한 순종을 다시 한 번 다짐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