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안소영 기자
여름은 설렘이 있는 계절이다. 분명 그 이유 중 하나는 휴가가 있기 때문이리라. 이 휴가 기간에 생긴 특별한 이야기들을 모았다.
주님의 신부, 이스라엘을 가다 - 한희진
“학습은 약혼식과도 같고, 세례는 결혼식과도 같다”라는 목사님의 말씀을 들으며, 학습 후 세례식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릴 때였다. 갑작스럽게 이스라엘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주님의 초대였다. 마치 결혼 전 신랑이 신부를 자신의 고향으로 초대하듯이.
휴가를 내고 온갖 로맨틱한 상상을 하며 예루살렘으로 향했다. 그런데 사해사본을 보러 쿰란에 가다가 이 광야에서 그만 길을 잃었다. 세 시간가량 헤매다 보니, 자연히 내가 생각했던 목적지, 일정과 시간 계획은 모두 다 사라졌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의지로 힘들게 내려놓는 것을 넘어, 군더더기가 하나도 허락되지 않는 곳이 광야구나.”
광야를 걷는 길은 내게 전혀 힘들지 않았다. 하늘과 꽃과 수풀이 있었고, 하나님이 계셨다. 앞으로 네 광야에서 이곳의 아름다움을 기억하게 될 거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고백했다. “주님, 이 돌들이 다 빵 덩어리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나는 당신을 찬양합니다. 철없는 신부가 아니라, 당신이 계신 모든 곳을 함께 걷는 철든 신부가 되겠습니다.”
사라진 휴가 - 한승경
작년 초였다. 여름휴가 때 반드시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리라 굳게 다짐했다. 임신한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자연 풍경이 아름다운 온천에 가서 푹 쉬면서 세상일을 잊고 지내리라 결정했다. 아무래도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 가족 모두가 함께 여행 다니기까지 시간이 걸릴 테니 말이다. 그러나 사람이 계획할지라도 그 길을 인도하시는 것은 여호와시라고. 한 직장 동료가 출산을 하고, 또 다른 동료가 급작스레 회사를 그만두는 일이 발생했다.
몰아치는 일 때문에 정신없이 야근하며 회사에 매달려 있었다. 휴가는커녕 여름이 다 지나간 줄도 몰랐다. 그렇게 마감을 가까스로 끝낸 날 아내가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말았다! 바쁜 나를 보며 그저 배려해준 아내가 고맙기도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재충전의 기회를 놓쳐서 속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 태어난 아이의 얼굴을 보니 어떤 휴가보다도 더 큰 즐거움이 몰려왔다. 올해는 과연 어떤 휴가가 될까?
순종을 다짐하다 - 이성진
지난해 여름, 웨일즈에서 열린 열방부흥축제에 참여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9박 10일 짧고도 긴 여정 동안 내가 알지 못했던 하나님의 일하심을 보았고, 그 일에 내가 동참하길 하나님이 원하신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10개국에서 모인 다양한 사람들이 100여 년 전 부흥의 첫 시발점이었던 웨일즈, 지금은 황폐해진 그곳에서 다시 한 번 하나님의 임재를 갈망하는 예배를 드렸다. 단지 주님의 음성에 반응하고 순종하며 나아간 그 예배. 하나님은 내게 그분의 일을 알게 하시고 보게 하셨다.
그리고 그때 아프간에서 일어난 순교 소식을 들었다. 우리나라에 순교의 피를 뿌린 토마스 선교사의 출신지 웨일즈에서 들은 이 소식은 하나님의 일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하나님은 말씀에 순종하는 자들을 통해 일하신다는 것. 그 메시지가 내 마음속에 깊이 박혔다. 그리고 그 순간 ‘내가 주님을 따르고 순종하길 하나님이 원하시는구나, 그분의 일에 나를 동참시키길 원하시는구나’라고 깨달았다.
“네, 주님. 제가 여기 있습니다. 당신이 하실 일들을 기대합니다.”
하늘에 기록된 내 인생 첫 휴가 - 김재연
그동안 나는 몸이 편하고 오감을 만족시키는 여름휴가를 최고로 생각했지만, ‘하나님의 은혜’가 무엇인지 알게 된 2년 전 여름은 달랐다. 망설임 없이 여름휴가를 반납하고, 청년부 수련회 그리고 연이어 몽골 아이들과 함께하는 몽뜰 캠프까지 참가 신청을 한 것이다!
그런데 막상 참석 일자가 다가올수록 상황은 꼬여 갔다. 급한 번역 마감이 몰리기 시작한 데다, 갑자기 난생 처음으로 장염에 걸려 뭐라도 먹으면 수시로 화장실에 들락거려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믿음으로 출발 당일 새벽까지 번역 마감을 끝내고 버스에 올랐고, 수련회 장소에 도착해서는 중보기도 팀에 기도를 부탁했다. 이렇게 참석한 수련회와 몽뜰 캠프는 한마디로 천국의 모형이었다. 배 아픈 증상이 깨끗이 사라져 버린 놀라운 경험, 몸과 마음이 더욱 낮아져 있던 내게 부어 주신 하나님의 사랑, 몽뜰 캠프에서 아이들을 도와주기보다 오히려 내가 예배 시간에 너무나 큰 은혜를 받아 나도 모르게 눈물을 줄줄 흘린 일…. 겉으로 보기에는 피골이 상접하고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내 마음만큼은 천국에 다녀온 듯 기쁨이 충만했던 2년 전 여름 수련회와 몽뜰 캠프. 내 인생 최고의, 그리고 하늘에 기록되었을 나의 첫 번째 여름휴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