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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2월

큐티나눔방-주님의 시간에

과월호 보기 박세윤 성도

어느 때보다 무더웠던 지난 여름, 그나마 하루 중 가장 시원하고 고요한 새벽녘에 침대맡에 앉은 나는 문득 처음 큐티를 시작한 중학생 시절이 떠올랐다. 주일학교 선생님께서는 주일마다 노란색 파일에 담겨 있는 출석표와 숙제 점검표를 챙겨 오셨는데, 어린 나이에 그것이 성적표 마냥 왜 그리 욕심이 났던지 선생님의 동그라미를 받기 위해 큐티를 했었다. 그때의 습관 때문인지 큐티를 단순히 교훈 몇 개를 찾고 적용한 후 칭찬받는 것으로 인식했던 나의 오해는 그 이후 꽤 오랜 시간 지속됐다.
그러다 대학부에서 제자훈련을 받으며, <날마다 솟는 샘물>을 통해 주님과 진정한 의미의 ‘Quiet Time’을 갖게 됐다. 비로소 나는 큐티가 하나님과 만나 교제하는 가장 소중한 시간임을 깨달았다. 사실, 큐티 시간을 내기가 쉬운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직장 생활을 하게 되면서는 이른 새벽 아직 잠이 덜 깬 상태에다 출근하기도 바쁜 상황에서 큐티 책을 펼치고 말씀을 읽는 것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마다 주님 앞에 나아가는 이유는 주님이, 나의 아버지가 항상 그 자리에 계시기 때문이다. 내가 어떠한 모습으로 나아가든 주님은 늘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그리고 내가 그 자리에 나아오길 밤새 기다리셨다는 듯이, 내가 볼 수 없었던 나의 상처를 만지시고, 어제의 잘못을 깨닫게 하시는가 하면, 오늘 해야 할 바를 알려 주시고, 10년 후 그분만의 원대한 계획을 살포시 꺼내 놓으시며 나를 다시금 일으켜 세우신다.
마가복음 말씀은 더운 날씨로 몸도 마음도 지치는 일상 가운데 어느 때보다 내 영혼의 생수가 됐다. 몸이 지치는 만큼 쉽게 짜증과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도,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속상할 때도 이 땅에 오셨던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가노라면 나는 그저 그분의 한없이 낮아지신 모습에, 그리고 주저 없이 죄인들을 향해 손을 내미시는 모습에 다시금 고개를 떨굴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예수님은 죄인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는데, 세상 사람들과 동일한 시선으로 정죄하고 손가락질하던 내 안의 교만을 보고 내가 바로 바리새인이라는 가슴 아픈 고백과 함께 통회하는 심정으로 주님 앞에 나아가게 됐다. 내가 큐티를 하는 이유는 기도 응답과 깨달음에 앞서, 잠깐이라도 나의 열심과 생각을 멈추고 모든 것을 주님께 내려놓고, ‘주님의 시간’ 안에서 교제하기 위함이다. 이제 주님의 삶을 깊이 묵상하며 겨울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