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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내 생애 잊지 못할 그 순간

과월호 보기 안소영 기자

과거를 돌이켜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행복한 기억이 하나쯤은 있는 법이다. 내 마음에 깊이 새겨진 잊지 못할 내 생애의 한 순간을 기억하며, 하나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제사를 드리는 것은 어떨까.


 

 꿈꾸던 결혼 같은 세례식 - 배지혜

 

내 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은 여럿 있지만 그중에 세례 받던 날은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나에게 세례란 ‘정말 이런 사람 없을 것 같아’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교제하며 1년 내내 꿈꾼 결혼과 같았기 때문이다. 교회를 다닌 1년 동안 세례식이 있을 때마다 항상 부러운 눈으로 지켜보던 나에게 언제 오나 하던 그 세례식이 드디어 코앞으로 다가왔다. 그때 나는 신부와 같이 아름답게 준비되기를 소망하며, 기도하는 시간을 늘리고 금식을 하며 기대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기다렸다. 성경 속에서 예수님이 세례 받으시는 부분을 수차례 읽으며, 하나님이 나에게는 뭐라고 말씀해 주실지 기대하면서 말이다.
드디어 세례식 당일, 그동안 긴장했던 탓인지 늦잠을 자고 말았다. 급히 서둘러 예배에 들어가 기도하면서 이것도 잘 준비하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이 과연 세례를 받을 수 있을까 싶었다. 정말 나는 아무것도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주님은 나와 같이 1년을 기다리셨고, 나를 당신의 신부로 맞아 주셨다. 할렐루야! 나의 눈물, 주님의 눈물이 온 뺨을 적시고 마음을 적셨던 순간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엄마가 되던 그 순간 - 권지영

 

서른이 훌쩍 넘은, 늦은 나이에 한 결혼이었다. 그래서 아이를 더 빨리 갖고 싶었고, 감사하게도 하나님은 소중한 아이를 내게 허락해 주셨다. 입덧 때문에 회사 일을 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그렇게 좋아하던 커피도 입에 대지 않았다. 뱃속에서 꼼지락거리는 아가의 태동에 신기해하기도 하고, 불러 오는 배를 낯설어하며, 가끔은 정말 내가 임신을 했나 못 미더워하면서 기다렸던 9개월. 드디어 우리 기쁨이를 만났다. 아직 쭈글쭈글하고 빨간 아기. 그렇지만 어찌나 경이롭고 신기하며 아름다운지, 그리고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사람들의 동의하지 않는 눈빛에도 불구하고 “애가 너무 야성적으로 잘 생겼어요”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정말 무조건적으로 사랑스러운 우리 기쁨이. 내가 정말 낳았나 하는 맘에 신기해하며 우리 기쁨이를 보는데, 문득 하나님의 마음에 생각이 닿았다. 우리 하나님, 내가 기쁨이를 보는 것보다 더 뜨겁고 더 무조건적이며 더 한결같은 사랑의 눈으로 나를 보시겠구나. 나의 아버지인 하나님이 나를 이렇게 사랑하셨구나. 자식을 낳아 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더니만. 하나님 아버지, 이제 효도하는 딸 될게요.


 

 

 날 기다리신 하나님을 만나다 - 탁자형

 

두 달 반 전까지 난 제대로 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고민을 거듭했다. 미움과 비판 속에서 우월감을 느끼는 한편, 자기혐오로 우울했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마음 한 편에 내버려둔 어느 날, 교회라면 질색하던 내가 성경구절과 함께 친구가 보낸 문자를 읽어 보게 됐다. 처음엔 그저 친구의 성의를 받아 준다는 마음이었다. 어딘가 변한 친구의 모습이 궁금하긴 했지만, 그 친구로부터 나도 때가 얼마 안 남았다는 말을 듣고는 그냥 웃어넘겼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하나님이 뜻하신 그날이 오고야 말았다. 돌이켜 보면 묘하게 그날은 더 미루지 말고 그 친구를 꼭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그리고 바로 그날, 친구의 입을 통해 하나님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가장 바라던 내 안의 변화는 하나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 당시 나는 그것을 흘려듣지 않을 만큼 하나님의 은혜 안에 발을 들여놓고 있었다. 몰입하며 이야기를 들었던 나는 다음날 친구의 권유를 받고 망설이다가 내 안의 끌림에 용기를 내어 교회에 나갔다. 그 후로 지금까지 하나님이 주신 은혜 속에 살고 있다. 미움과 비판의 정체가 내 안에 죽은 죄임을 알게 되자 자유로워졌고, 나날이 말씀을 읽으면서 그 크신 주님의 사랑에 내가 낮아짐을 느끼자 평안해졌다. 아주 오래 전부터 나와 만날 약속을 기쁨으로 기다리셨을 하나님을 생각하면 입이 절로 벙긋거린다. 길 잃은 수많은 영혼이 하나님께 달려가 그 크신 사랑 안에서 온전히 살기를 기도하는 내 모습은 지금도 여전히 신기하다. 이 일을 기쁜 마음으로 간절히 바라도록 하나님이 나를 이끌어 주시고 만나 주신 것은 다시 생각해 봐도 놀랍고 한없이 감사하다.


가야 할 길을 찾다 - 윤수경


갑자기 불이 꺼진 방에 갇힌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날이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지 못했고, 하고 있던 공부도 의미 없어 보였다. 마음이 길을 잃고 여기저기로 방황하고 있을 무렵, 친구로부터 주님께 비전을 구해 보라는 권면을 받았다. 그때 아무것에도 동하지 않았던 나의 마음이 다행스럽게도 그 권면을 받아들였다. ‘하나님이 나에게도 응답하실까?’ 하는 두려움과 날마다 싸우며, 딱 그 두려움만큼 주님께 소망을 가지고 그분 앞에 머물러 있자, 주님이 나의 기도를 바꾸어 주셨다. 오로지 나 자신의 미래와 유익을 위해 명목상의 비전을 구하던 내 입술에서 주님의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 주시기를 원한다는 고백이 나왔다. 주님은 며칠 뒤에 있었던 집회를 통해 “내 마음은 잃어버린 영혼들을 향해 있단다” 하는 음성을 들려 주셨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나자 내가 하는 공부를 통해 만날 수 있는 영혼들을 구체적으로 알고, 공의이자 사랑이신 하나님의 성품으로 그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위로하며 예수님을 전하라는 마음을 주셨다. 그렇게 주님은 내 삶에 목적을 덧입히셨고 나의 주인이 되셨다. 고치고만 싶었던 내 성격과 감추고만 싶었던 상처들까지도 의미 있고 귀한 것으로 여겨지게 된 그때. 조금은 역설적이지만 새로운 삶이 시작된 그날이, 바로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