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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8월

말씀으로 자라고 무르익는 인생

과월호 보기 차현주 집사

 “그 사람을 알려면 그 사람의 인생 후반부를 보라.”
젊은 날 어디에선가 본 글귀인데 아주 강하게 내 가슴을 때렸던 모양이다. 한 해 동안 사무실 한편에 그 글귀를 붙여 놓고 무시로 마음속에 배게 했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오십 중간 마루터기에 오른 오늘 문득 그 글귀가 생각나 혼자 조용히 웃었다.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일 더미와 이리저리 치여 상처 나고 구멍 난 청춘을 이를 앙다물고 견뎌 냈던 것은 내 인생 후반부에는 반드시 햇살이 비치리라는 자기 암시, 자기 위안 때문이었으리라. 그런데 지금은 그 사무실 한편에 하나님 말씀이 하나하나 채워져 나를 하루하루 지키며 키워 가고 있다.
2015년, 천국 가는 그날까지 피하고 싶었던(?) 제자훈련을 받으면서 <날마다 솟는 샘물>로 큐티를 하게 됐다. 그러면서 내 자아를 하나둘씩 깨기 시작했다. 제자훈련은 자아실현의 한 단계가 아니라 철저한 자기 부정이라는 것, 순종은 교양의 문제가 아니라 내 생존과 직결된다는 것, 내 삶의 소망과 목표가 하나님일 때, 하나님께서 일하기 시작하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큐티를 통해 말씀과 기도가 하나하나 쌓이더니, 결국 개척 다락방을 자원하는 놀라운 변화까지 일어나게 됐다.
“구원은 하나님의 은혜로 되는 것이지만 성화는 그 자신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 구원 이후의 여정인 성화는 변화의 주체인 자신이 가만히 있는 한 결코 이뤄질 수 없다. 그리스도인은 변하는 사람이다. 말씀이 들어가서 변화시킨 사람이다. 성질이 변하고 습성이 변하고 인격이 변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점점 예수 그리스도의 인격을 닮아 가는 사람이다.”
제자훈련 지원서를 마감하는 날, 그날의 큐티를 묵상하고 ‘함께읽기’ 코너에서 봤던 위의 글을 지금도 소중히 기억하고 있다. 매일의 묵상이 있었기에 그날 이 글이 나를 찾아와 훈련에 대한 높은 장벽을 녹아내리게 했다고 장담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큐티를 통한 유익 중 최고는 남을 향하던 손가락이 나 자신을 향하게 됐다는 것이다. ‘너 때문에’, ‘환경 때문에’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 때문’임을 돌아보고 회개하게 만들었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닦고 깎고 조이고 기름 쳐야 할 여전히 ‘공사 중’인 내 인생이지만, 큐티를 통해 말씀이 차곡차곡 쌓여 내가 점점 익어 간다면 분명히 주님의 햇살을 받는 아름다운 인생 후반부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야 말씀으로 계속 자라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