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인물탐구 주영관 목사 (일산화평교회)
요압, 다윗의 어두운(D.A.R.K) 그림자
“너네가 여기로 쳐들어온다고?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 너네 따위는 소경이나 절름발이가 싸워도 이길 수 있다!”
이스라엘 군대 머리 위로 여부스 사람들의 조롱 가득한 소리가 들려왔다. 다윗 왕은 여부스 족속이 차지하고 있는 예루살렘 성을 빼앗기 위해 온 이스라엘 군대를 이끌고 나아온 참이었다. 하지만 해발 800m 고지의 예루살렘은 견고한 성이었다. 여호수아 때부터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차지하지 못했던 땅이었다. 다윗 왕이 비장한 목소리로 외쳤다.
“누구든지 제일 먼저 여부스 사람을 쳐 죽이는 사람은 총사령관으로 삼겠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요압이 뛰어나갔다.
David : 다윗, 요압 생애의 키워드
다윗 왕의 최측근인 요압 장군은 사실 다윗 왕과 매우 가까운 친척이었다. 다윗 왕에게는 여러 형제가 있었는데 그 중에 ‘스루야’라는 누이가 있었고, 그녀의 세 아들이 바로 아비새, 요압, 아사헬이었다. 따라서 아마도 요압과 그 형제들은 다윗이 왕이 되기 전부터 함께 있었던 것 같다.
나중에 사울 왕은 인기가 높아지는 다윗을 죽이기 위해 혈안이 된다. 그리고 그런 사울 왕을 피해 다윗은 국경 근처로 도망해서 부랑자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 때 다윗의 친족들과 원통한 일을 겪은 사람들이 다윗에게 모여들었다. 그들의 수는 400명 가량이었고, 이후 600명으로 불어났다. 다윗은 도피 생활 중에도 이들을 중심으로 이스라엘의 적들과 전투를 벌일 수 있었다. 요압과 그의 형제들은 이때부터 다윗과 함께 했을 것이다. 생사를 넘나드는 그들의 동행은 다윗이 죽기까지 계속되었다.
Assistance : 강력한 조력자
예루살렘에 거주하던 여부스 족속을 무찌른 공으로 요압은 다윗 왕의 군사령관이 되었다. 요압 장군은 전투 능력뿐만 아니라 지략도 뛰어난 인물이었다.
다윗 왕 시대에 이스라엘을 괴롭혔던 족속 중에 암몬 족속이 있었다. 그런데 이 암몬 자손들이 다윗의 사신들을 모욕한 일이 있었다. 이 일로 암몬 자손과 이스라엘 사이에는 치열한 전투가 지속되었다.
특히 암몬 자손은 동맹 국가에서 용병을 수만 명씩 불러와 전투를 치렀다. 처절한 전투 끝에 요압 장군은 암몬의 왕궁을 빼앗고 성읍을 대부분 점령할 수 있게 되었다. 싸움이 막바지에 다다라 승리가 눈앞에 있을 때, 요압 장군은 급히 왕궁에 있는 다윗 왕에게 전갈을 보냈다. 자신이 성읍을 점령하면 그 성읍이 자신의 이름으로 일컬어질까 봐 두려우니 다윗이 모든 군사를 모아 직접 그 성읍을 점령하도록 요청한 것이다. 결국 다윗은 힘들이지 않고 성읍을 수중에 넣게 되었고, 그 공로는 다윗에게로 돌아갔다.
이런 일도 있었다. 다윗에게는 자녀가 여럿 있었는데, 그 중 외모가 특출한 압살롬 왕자와 다말 공주가 있었다. 둘은 남매였다. 그런데 어느 날 다른 왕자가 다말의 미모에 반해 강제로 겁탈하고 말았다. 이 일을 알게 된 압살롬은 남몰래 복수를 결심하다가 2년이 지난 후, 그 왕자를 죽이고는 멀리 도망가 버렸다. 다윗은 압살롬이 걱정이 되었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 때 요압이 지략을 써서 압살롬과 다윗 왕을 화해시키기도 했다.
한편, 요압 장군은 다윗 왕의 ‘어둠의 해결사’이기도 했다. 암몬과 전투가 한창일 때였다. 그때 다윗 왕은 전투에 나가지 않고 왕궁에 있었다. 저녁 때 옥상을 거닐던 다윗 왕은 목욕하는 한 여인을 발견하게 됐다. 왕은 그녀를 왕궁으로 불러 동침했고, 그 결과 그녀는 임신까지 하게 됐다. 그런데 그녀는 남편이 있는 유부녀였고, 그 남편은 다름 아닌 요압 장군의 휘하에 있는 ‘우리아’라는 장수였다. 다윗 왕은 자신의 범죄를 감추기 위해 이런저런 방법을 취했지만, 맘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다윗은 암몬과의 전장에서 우리아를 죽이기로 작정했다. 왕에게서 전갈을 받은 요압 장군은 다윗 왕의 마음을 금세 알아차렸다. 그리고 우리아와 병사들을 암몬 성벽에 터무니없이 가까이 보내어 화살에 맞아 죽게 만들었다. 다윗 왕의 마음을 정확히 알고 있던 요압은 다윗 왕의 ‘어두운 그림자’ 역할도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Revenge : 복수에 눈 먼 자
충성을 다하는 요압 장군이었지만 그를 향한 다윗 왕의 마음은 썩 좋지 못했다. 사울 왕이 죽고 그 아들 ‘이스보셋’이 왕노릇하던 때가 있었다. 다윗은 유다지파의 왕이었고, 이스보셋은 나머지 이스라엘 전체의 왕이었다.
다윗 군대와 이스보셋 군대가 기브온에서 맞붙게 되었다. 이스보셋에게는 상당한 전투력을 가진 군대장관 아브넬이란 자가 있었다. 그런데 이 전투에서 요압의 동생 아사헬이 아브넬의 창에 맞아 죽고 말았다.
얼마 후 아브넬이 이스보셋을 배반하고 다윗 편이 되려고 왔다. 다윗은 아브넬을 받아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돌려보냈다. 하지만 요압은 아브넬을 산 채로 돌려보낼 수 없었다. 요압은 다윗 왕의 명령을 어기고 아브넬에게 동생의 복수를 하고야 말았다. 그런데 왕권 초기에 일어난 이 사건을 다윗 왕은 죽을 때까지 잊지 않았다.
요압이 다윗 왕의 명령을 어기는 중대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다윗 왕의 아들 압살롬 왕자가 결국 반역을 일으킨 것이다. 왕과 측근들은 왕궁을 버리고 피난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다윗의 군대와 압살롬의 군대가 전투를 벌이게 되었을 때, 다윗 왕은 다시 한 번 명령했다.
“나를 위해 어린 압살롬을 해하지 말라.” 압살롬 군대가 전투에서 패했을 때, 압살롬은 당혹스런 모습으로 붙잡히고 말았다. 머리카락이 나무 가지에 걸려 대롱대롱 매달린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고도 왕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병사들은 압살롬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러나 요압이 앞장서서 압살롬을 무참히 살해했다. 이 때 압살롬 군에는 아마사라는 군대장관이 있었는데, 다윗 왕은 아마사에게 요압의 뒤를 이어 지휘권을 주리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아마사 역시도 요압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Knife : 칼로 흥한 자
다윗 왕이 늙어 죽을 날이 임박하자 솔로몬 왕자를 불렀다. 왕은 요압에 대해 가슴에 새겨뒀던 말을 솔로몬에게 전했다.
“너는 스루야의 아들 요압이 나에게 한 짓, 이스라엘 군의 두 사령관 넬의 아들 아브넬과 예델의 아들 아마사를 해치웠던 일을 알고 있을 것이다. 요압이 그들을 살해함으로써 평화로운 때에 내 허리띠와 신에 전쟁의 피를 묻혔다. 너는 머리를 써서 그가 백발이 되어 평온하게 지하로 내려가지 못하게 하여라.”
결국 요압은 허겁지겁 여호와의 장막 안으로 도망가서 제단 뿔을 잡았지만 솔로몬의 명령을 받은 브나야의 칼에 생을 마감하고 만다.
요압
활동연대 B.C. 1005~970
이름의 뜻 여호와는 아버지
어머니 스루야
외할아버지 이새
외삼촌 다윗
형제 아비새, 아사헬
직업 다윗군 사령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