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박주현 기자>
드라마나 유튜브를 볼 때, 화면 아래에 등장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등장인물의 대사나 배경을 설명해 주는 자막이야. 자막은 우리가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몰입도를 끌어올려 줘. 그렇다면 이런 자막은 누가 어떻게 만드는 것일까?
오늘은 사람들이 말한 내용을 정확하게 듣고 기록해서, 청각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는 속기사 선생님을 만나 봤어. 하나님께서 주신 빠른 타자, 즉 속기의 재능으로 이웃을 돕고 세상을 밝히는 이화영 속기사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 보자!
Q. 속기사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저는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교육 속기사로 근무하며 청각 장애 학생들의 대학교 강의를 실시간으로 속기해 학생들이 강의 내용을 놓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우며, 속기한 내용을 정리해서 강의록 형태로 제공해 학생들이 복습이나 과제를 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또한 특강이나 세미나 등 수업 외 활동도 속기하고 있어요.
즉 모든 교육 내용을 글자로 옮겨 청각 장애 학생들이 교육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하죠.
이전에 의회 속기사로 근무할 때는, 상임위원회의 회의를 실시간으로 속기해 기록하고, 회의가 끝나면 녹음된 회의 음성을 재청취해 확인하며 불명확했던 부분의 맞춤법, 문장을 공식 회의록 형식에 맞게 교정하는 일을 했어요. 말소리부터 상황과 분위기, 행동, 말투 등 비언어적 요소까지 체크하며, 음성뿐만 아니라 현장의 상황까지 전달할 수 있도록 기록했죠. 교정된 최종 기록물은 의회 기록물로 보존, 공개됐고요.
Q. 어떤 계기로 이 길을 꿈꾸게 되셨나요?
코로나가 발병하던 2020년, 두 딸의 학업 준비와 돌봄을 위해 하던 일을 그만두게 됐어요. 당시에 하나님께서 제게 허락하신 이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고 무엇을 하면 좋을까 고민하며 기도하다가, 제자훈련을 시작했어요. 그리고 남편의 권유로 한글 속기 공부를 병행하게 됐죠.
Q. 이 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속기사는 듣고 기록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에요. 정확히 듣고 기록하는 일, 교정을 통해 문서를 깔끔하게 완성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오롯이 나의 실력으로 완성되는 일이죠. ‘나’의 일을 ‘내가’ 잘하면 돼요. 그래서 다른 직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간관계나 환경에 따른 스트레스와 피로도가 높지 않는 깔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Q. 이 일의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현장에서 정확한 내용이 기록되면 내적 기쁨이 무척 크고, 맞춤법과 맥락에 맞게 문서가 잘 교정돼 기록으로 남으면 성취감이 느껴져요.
반면 힘든 점은 장기간 속기를 할 경우, 체력 소모가 많다는 거죠. 하지만 어떤 일이든 체력 관리는 중요해요. 스트레칭과 체력 단련을 미리미리 준비해 놓으면 좋아요. 그리고 평소에 맞춤법에 맞는 언어생활을 통해 표준어와 우리말 어법을 잘 알아 놓으면 도움이 돼요.
Q. 신앙적으로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으신가요?
내가 바라는 시기에 원하는 것들이 이뤄지면 좋은데, 하나님께서 문을 열어 주지 않으실 때 낙심하고 힘들었어요. 저는 직장을 다니면서 육아와 교회훈련 등을 함께하며 한글 속기 시험을 준비했기에 남들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스스로를 실패의 아이콘이라 여기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런 말을 했어요. 6번 떨어지고 7번째 붙었으니 그럴 만도 하죠? 하지만 제가 실패할 때마다 진심으로 위로해 주고 붙잡아 준 가족과, 함께 훈련받은 동기 집사님들, 영가족 공동체가 저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응원해 줬기에 어둡고 힘겨운 시간들을 끝내 극복할 수 있었어요.
Q. 하나님을 경험한 에피소드를 나눠 주세요~
한글 속기 자격증을 따고 처음 출근한 날, 너무 떨리고 부담감과 긴장감이 몰려와 출근길에 엉엉 운 적이 있어요. 두려움과 불안이 저를 에워싼 것 같았어요.
그런데 그때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사 41:10)는 말씀이 제 안에 들려왔어요.
그래서 그 말씀을 꼭 붙잡고 일을 시작했는데, 하나님의 따뜻한 손이 제 손을 잡고 계심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어요. 하나님께서는 내가 잘할 수 있도록 ‘뿅’ 마법을 부리시는 분이 아니고, 내가 이겨 내고 단단해지며 해낼 수 있도록 나와 함께하시는 분임을 깨닫게 됐죠. 이후 저는 출퇴근할 때 운전하는 차 안에서 가장 먼저 하나님께 찬양을 올려 드려요, 이것이 제가 매일 하는 주님과의 ‘손잡기’예요.
Q. 이 일에는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요?
속기사는 국회, 법원, 의회, 경찰, 검찰 등 공공기관에 속한 공무원 속기사, 청각 장애인을 위한 각 대학교 및 초중고교에 속한 교육 속기사, 자막 방송 속기사, 기업체 속기사, 내가 하고 싶을 때 선택해서 근무하는 프리랜서 속기사 등 직종이 매우 다양해요. 자신에게 맞는 영역을 선택해서 그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면 만족도가 높죠.
한편 한글 속기 시험은 100% 실기시험이에요.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취득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모두 도전할 수 있어요. 실무에서는 띄어쓰기, 맥락, 맞춤법 등이 중요하므로 생소하고 모르는 말은 미리 찾아보고 보완해 놓으면 나만의 자산이 될 거예요.
Q. 앞으로 삶의 비전도 나눠 주세요!
저는 사랑의교회 장애인선교부에서 장애인분들과 함께 예배드리며 설교 내용을 속기하고 있어요. 실시간 속기는 실수를 하면 바로 화면에 보이기 때문에 정말 많이 긴장돼요. 하지만 하나님의 뜻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자막으로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제 작은 능력을 주님의 일을 위해 펼치는 것이 제 꿈이자 비전이에요.
Q. 마지막으로 친구들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문을 여시는 분도, 때를 주시는 분도 하나님이세요. ‘내 기도를 안 들어 주시니 예수님 안 믿을래’라고 할 필요도 없어요. 하나님께서는 친구들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시는 분이세요. 모든 것을 아시는 하나님께 내 마음을 쏟아 내길 바라요. 하룻밤도 꿈 없이 잠들지 말고 하루아침도 꿈 없이 깨지 말길 기도해요. 내가 실패한 것 같고 잘못하는 것 같아도, 하나님께서는 곁에서 친구들의 마음을 다 듣고 계세요
인공지능(AI) 시대에 과연 속기는 필요할까? 의문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넘쳐 나는 미디어 시대에 오히려 속기사는 말하는 상황과 발언자의 표정, 말투 등 비언어적 표현까지 고려해 AI와 협업하며, 그 수요가 폭발하고 있어요. 속기사에 관심이 간다면 하나님께 여쭤보며 한 걸음씩 꿈을 향해 전진하길 바라요. 주님과 함께 늘 승리하는 친구들이 되길 응원해요~!
Stenographer
속기사
하는 일
속기 문자를 사용해 발언자가 말한 내용을 받아쓰거나 컴퓨터 속기 기계로 기록하는 일을 함
업무 수행 능력
언어능력, 대인관계능력, 민첩성, 공감 능력, 의사소통 능력
되는 길
연 2회 실기시험 100%의 자격증 취득으로 속기사가 될 수 있음
지식
비서행정학과, 비서행정과, 국어국문학과 등
학과
한글 속기 2급, 한글 속기 3급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