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백지희 기자
세계 문화를 하나님의 역사 속으로 이끄는 안내자
‘유물과 유적을 통해 옛 인류의 생활, 문화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이것이 고고학의 정의다. 이런 학문을 연구하는 고고학자라니, 과거에만 묻혀 살 것 같지만 고고학은 생각보다 우리의 삶 가까이에 있었다. 영화와 드라마, 책, 게임, 패션 등 전 세계의 문화 속에 고고학은 함께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길을 걸으며 하나님의 역사를 매번 경험하고 있다는 국립 목포대학교 박물관장이자 고고학 교수인 이헌종 교수와의 흥미진진한 인터뷰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Q:고고학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고고학자’ 하면 어떤 게 떠오르세요? 영화 <인디아나 존스>에서처럼 미지의 땅에서 원시림을 헤치고 다니며 엄청난 보물을 찾는 모험가? 고고학은 모험적이고 낭만적이면서도 첨단과학과 맞닿은 종합과학이에요. 고고학자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물질문화를 다루고, 자료를 통해 당시 사람들의 삶을 복원하며, 옛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죠. 즉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들을 통해 인간의 삶을 연구하는 것입니다. 현대 고고학자들은 자국민의 역사적 전통을 찾아내 국가적 위상을 높이기도 하고, 고고학 유적들을 세계 유산으로 지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어요.
Q:어떻게 이 길을 걷게 되셨나요?
사실 저는 <레이더스>라는 영화를 보고, 고고학자가 되고 싶었답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고고학자는 정의로운 전능자 같았고, 보물을 발견하는 모험과 탐험이 멋져 보였거든요. 하지만 대학에 입학하면서 그런 꿈은 산산이 부서졌죠. 고된 노동과 땀 없이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었거든요. (웃음) 대학시절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면서 성서고고학을 꿈꾸기도 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 꿈을 접었어요. 그래도 유학을 가고, 교수가 되어 학생들을 복음화하겠다는 꿈은 버리지 않았죠. 1991년 하나님의 극적인 인도하심을 따라, 러시아 시베리아 노보시비르스크로 유학을 떠나게 되었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전문인 고고학자이자 선교사로서의 제 삶이 시작되었어요. 5년간의 유학생활을 마친 후 국가박사학위를 받았고, 지금까지 고고학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Q:발굴 작업에 얽힌 신비로운 일화가 많을 것 같아요!
그럼요~ 고고학은 발굴 작업을 통해 거지들도 만나고 대통령도 만나요. 수많은 사람과 문화를 통해 여러 민족과 시대 속에서 다채로운 하나님의 섭리를 만나게 되죠. 한번은 우리 민족의 기원으로 항상 거론되던 알타이 지역을 답사하고, 데니소바 동굴유적 발굴을 한 적이 있어요. 이곳에서는 최근 새로운 인종으로 평가되고 있는 데니소바인의 이와 손가락 뼈가 발견되었죠. 하나님이 만드신 세계에서 처음으로 살았던 인류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하나님의 섭리를 보게 돼요. 얼마 전 베트남을 갔었는데, 오랜 힌두와 불교 문화권 안에 있었던 호찌민에서 성당을 발견했어요! 이러한 기독교 문화가 지역과 나라를 정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감격스럽죠.
Q:고고학을 연구하면서 크리스천으로 어려움이나 충돌은 없으셨나요?
물론 상상할 수 없이 많았어요. 일단 고고학은 진화론을 기반으로 하는 학문입니다. 하지만 전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성경을 기반으로 한 기독교 세계관을 바탕으로 인류의 기원에 관해 가르칩니다. 그리고 진화론, 적응론, 지적설계론 등의 이론적 틀을 설명하며, 이 모든 것은 하나의 이론일 뿐이라는 점을 지적합니다. 이론이 반드시 진리인 것은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론을 반드시 신앙의 문제와 결부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힌두교를 연구하는 사람도 예수를 믿을 수 있잖아요? 물론 충돌하는 부분들이 있겠지만,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이론적 무장을 한다면 분명히 감당할 수 있을 거예요.
Q:고고학자라는 직업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고고학을 공부하면 국립박물관, 문화재청과 같은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보존, 관리, 전시, 교육하는 학예사(큐레이터)가 될 수 있어요. 연구를 지속하면 대학교수나 연구원이 될 수도 있죠. 흔히 고고학자가 경제적으로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실은 전혀 달라요. 고고학 발굴전문기관도 전국적으로 많고, 발굴 작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도 이루어지죠. 만약 성경에 나오는 지역과 문화유산에 관심이 있다면 성서고고학을 연구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기독교 역사 현장을 직접 보고 연구하며 보존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현장에서 소수 미전도종족을 직접 만날 기회가 많으니 연구를 바탕으로 한 전문 선교도 가능하답니다.
그리고 고고학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요. 고고학 자료를 활용해 탐험 소설을 쓸 수도 있고, 다큐 작가나 영화감독이 되어 영상에 활용할 수 있죠. 요즘 방송하고 있는 ‘정글의 법칙’(SBS) 팀은 촬영할 때 우리가 복원한 장비들을 사용하고 있어요. 그밖에도 자연과학, 공학, 의학, 게임, 패션 등 어떤 직업을 갖든 고고학과 관련된 전문 분야를 개척할 수 있어요. 반면, 단점은 신앙을 지키기 쉽지 않고, 해외 답사가 많아 연구를 확대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교회에 꾸준히 출석하는, 교회 중심의 신앙을 유지하기는 어렵죠.
Q:고고학자가 되기 위해 청소년 시기에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평소 문화유산과 역사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해요. 요즘에는 고고학이나 역사 관련 책이 많으니 미리 좋은 책을 읽고, 박물관을 꾸준히 다녀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모험심, 호기심이 강하고 미지의 세계에 대한 탐구 정신이 있는 사람, 새로운 매장 문화재를 직접 발굴하고 싶은 사람, 체력이 좋은 사람이 적합해요. 기본적으로 석사학위를 마쳐야 연구자로 활동할 수 있으니 끈기 있게 공부하는 자세도 필요하겠네요.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분야에서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발견하고 제자로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헌종 교수는 청소년들에게 ‘듀얼리즘(이중주의)의 원리’를 강조하면서 “하나님의 자녀로 온전히 살려면 지금 내게 주어진 본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하나님 안에서 당당한 자족감과 감사를 누릴 수 있고, 복음의 문이 열린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고고학에 관심이 있는 친구들이 연락하면 언제든지 개별적으로 상담해 줄 수 있다면서 더 많은 인재들이 고고학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활동하기를 기대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archaeologist 고고학자
하는 일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인간 활동에 대한 조사, 관련 역사적 사실 기록·연구, 역사 자료 등을 수집·분석 및 평가, 역사이론에 관련된 문제를 연구함
업무 수행 능력
탐구정신, 논리적 사고력, 통찰력, 외국어 능력, 계획성, 성실함
되는 길
고고학자는 기본적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해야 연구에 참여할 수 있고, 발굴도 수행할 수 있음. 공채나 특채를 통해 대학교수, 대학부설연구소, 정부출연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진출할 수 있으며 유학을 다녀오는 것이 좋음
지식
역사, 사회, 철학 등의 인문학, 사회과학 전반에 대한 지식
관련 학과
고고학과, 문화인류학과, 고고인류학과, 고고미술사학과, 문화재학과(역사학과를 나와서 고고학 관련 대학원에서 공부할 수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