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세계 김하림 기자
내가 세상에 나오기 전 엄마 몸속에 있었던 그때, 나와 엄마의 건강을 지켜 준 사람이 있어. 누구나 건강은 중요하지만 특별히 하나님께서 주신 귀한 생명을 품는 여자의 몸은 무척이나 소중해. “여자라서 행복해요~”라고 말할 수 있도록 여성의 건강을 평생 책임지는 산부인과 의사! 이번 달 <큐틴>이 만난 김정혜 선생님은 얼마 전 미얀마 여성들을 위해 의료 선교를 떠나셨어.
김정혜 선생님은 이화여대 의과대학을 졸업, 1977년부터 부산 일신기독병원에서 수련한 후,
부인과 전문의로 재직하다 2007년 화명일신기독병원 병원장을 지내고, 2015년 명예원장으로 은퇴했다. 현재는 미얀마에서 의료 선교 중에 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소개를 부탁드려요
산부인과 의사는 ‘여성의 희망’이에요. 저는 산모들의 분만을 도와 생명이 탄생하는 순간의 기쁨을 함께했고, 경력을 쌓은 후 자궁암 조기 진단 및 부인암 전문의로 일하며 여성들이 자신의 역할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도왔지요. 최근에는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주로 부인과 관련 수술을 하며 중년 및 노년기의 여성들이 겪는 불편함을 해결해, 많은 여성들이 잃어버린 희망을 되찾도록 돕고 있어요.
어떻게 이 길을 택하셨나요? 이 일의 매력과 각오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의과대학 시절, 봉사활동으로 시골에 의료봉사를 가게 됐어요. 낙후된 환경 속에서 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여성들을 그때 처음 봤어요. 그들을 섬기고 싶다는 마음이 산부인과로 진로를 정한 계기가 됐죠. 지금까지 그때 그 마음을 갖고 어려움을 가진 많은 여성들을 진료했는데, 미얀마로 의료 선교를 떠나기로 결단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의사는 진료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힘써야 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산부인과는 ‘Bloody Business’, 즉 ‘피와의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극한직업이에요. 늘 수술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공부도 끊임없이 해야 하죠. 특히 생명과 직접적으로 깊이 연관된 직업이기 때문에, 탄생과 죽음 사이에서의 결정과 같은 큰 스트레스를 극복해야 하는 일이고요. 하지만 이런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이 일이 좋은 이유는 어떤 직업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보람’이 있다는 거예요. 진료를 통해 사람을 도울 수 있다는 것, 또 내가 도울 때 생명이 살아난다는 기쁨은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어요.
일하면서 경험하셨던 하나님에 대해 나눠 주세요
40여 년의 경력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수술을 앞두고는 하나님께 얼마나 기도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수술이 잘 끝나도 결과가 좋지 않을 때가 있고, 수술 중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거든요. 생명과 연관된 일이다 보니 매 순간 기도가 필요해요. 항상 ‘이 사람을 살려주세요!’라는 기도를 많이 했고, 성경을 많이 읽었어요. 말씀으로 다양한 상황 가운데 지혜를 얻을 수 있고, 하나님의 크신 위로를 경험할 수 있거든요. 의과 공부나 의사 생활 속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 사람의 위로를 통해 극복하고자 하면 언제나 실패해요. 오직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는 위로만이 고난을 극복하는 진짜 열쇠죠.
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질과 재능이 필요할까요?
‘인내’와 ‘끈기’가 가장 중요해요. 의과대학 예과 2년, 본과 4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의 길고 험난한 과정을 인내와 끈기 없이 보내기는 너무 어려워요. 뛰어나게 머리가 좋지 않더라도 노력으로 가능한 것이 의과 공부거든요.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환자를 사랑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더불어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죠. 단계를 밟아갈수록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나 나를 보고 따라오는 후배들, 어려운 상황에 있는 사람들을 잘 돌보고 끌어줄 수 있어야 하거든요. 이건 높은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낮아지신 예수님의 마음을 닮아가야만 가능하답니다.
직업적 사명이나 삶의 비전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선교사님들이 우리나라에 오셔서 이 땅에서 하신 것처럼 사람을 길러내는 일을 하는 것이 제 소명이에요. 제가 선교사님들을 통해 훈련받고 잘 성장했듯이 돈과 명예를 좇는 의사가 아닌 말씀 앞에 잘 훈련된, 영혼을 섬기는 의사를 길러내는 것이죠. 앞으로 미얀마 선교를 통해서도 새로운 의사들을 훈련시키고, 하나님 말씀 앞에 바로 선 의사들을 배출해 내는 것이 제 사명이라 여기고 있어요. 선교사님들께 우리가 받은 사랑과 헌신을 잘 담아서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에 가서 또 전해야죠. 제가 할 수 있는 의료라는 도구를 통해 복음을 전하며 살고 싶어요.
미얀마 선교를 통해 무엇을 기대하시나요?
어떤 상황이 와도 그것을 극복할 수 있도록 기도와 말씀으로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하나님 앞에 더 준비되길 기다려 왔어요. 미얀마에서의 선교를 통해 그곳에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의료진을 세우는 일, 의료기술의 발전 등이 일어나길 바라요. 더불어 낙후된 환경 속에서 치료받지 못하는 여성들을 고치고자 하는 소망도 있고요. 제가 의사가 된 목적이 환자를 치료하는 것인데, 이는 병든 우리를 치료해 주시는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마음이랍니다. 주님께서 주신 능력과 사랑으로 미얀마를 품고 나아가면 언젠가 그곳에 하나님의 나라가 완성될 거라고 확신해요.
산부인과 의사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조언 부탁드려요
산부인과는 특히 태아와 산모, 두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의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생사의 순간에 중요한 선택을 하는 ‘자신감’과 제대로 분별하는 ‘결정력’이에요. 그런데 그것은 수많은 실패를 통해 생기기 때문에 실패해도 노력과 끈기를 갖고 포기하지 않으면, 여러 경험이 쌓여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게 되지요. 실패의 순간에도 하나님께 위로와 용기를 구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하며 감사함으로 임한다면 우리의 삶은 ‘성공’할 수 있을 거예요. 하나님께서 주시는 생명 탄생의 기쁨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는 귀한 이 직업을 통해 주께 영광 돌릴 수 있기를 바랄게요.Q
obstetrician/gynecologist
산부인과 의사
하는 일
태아 출생 전후 임산부 관리 및 분만 담당, 여성의 생식기관 및 관련된 모든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함
업무 수행 능력
판단력, 인내심, 정교함, 기억력, 의사결정
되는 길
의과대학을 졸업하거나 전공 관계없이 일반 학과 졸업 후 년의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의무석사학위 취득 및 의사국가면허시험을 통과해야 함
지식
의료, 생물, 상담, 심리,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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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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