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대만 목사 (Youth&Community Ministry
고등학생 시절, 제게 가장 큰 좌절을 준 것은 친구와의 관계였어요. 당시엔 친구들끼리 손 편지를 많이 주고받았는데, 어느 날 친하게 지내던 교회 여자 친구에게서 절교 선언이 담긴 편지를 받았어요. 그런데 문제는, 웃기게도 제가 “절교”라는 단어를 생전 처음 들어본 거예요. 대충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확실히 하려고 사전에서 그 단어를 찾아봤어요. 사전에는 ‘절교: 교제를 끊음’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우정을 대하는 달라진 태도
편지를 받은 날부터 그 친구와의 관계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무척 고민했어요. 친구들에게 비밀이라고 당부하며 고민을 털어놓았죠. 그런데 역시 비밀은 살아 있고 운동력이 있어서 이내 그 친구의 귀에까지 들어갔어요. 다행히 제가 진심으로 관계 회복을 위해 애쓴다는 사실에 친구는 오해를 풀었고, 우리는 다시 친하게 지냈어요. 그 후로도 비슷한 일들을 몇 번 더 겪으면서 친구 사이의 관계, 즉 우정은 맘대로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몇 년 전, 청소년 상담소 상담 의뢰 중에서 친구 관계에 대한 것이 예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는 기사를 보며, ‘요즘 청소년은 친구들과 잘 지내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이유는 그게 아니었어요. 이제는 친구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스마트폰에서 그 친구 이름을 쿨하게 삭제한다는 거예요. 손 편지에 적힌 “절교”를 보며 밤잠을 설치던 아날로그 소년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죠.
친구 문제에 도움을 주는 책
‘스마트폰 시대의 청소년은 다 그런가?’라고 생각할 때, 《우정이 맘대로 되나요?》라는 책을 만났어요. 이 책은, 작가의 꿈을 가졌다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된 문지현 선생님과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었지만 인문학과 글쓰기에 빠져 교수가 된 박현경 선생님이 함께 지은 책이에요. 두 분은 16년 넘게 청소년 큐티지 상담 코너에 글을 써 온 절친이에요.
특별히 ‘사춘기 여학생의 친구 고민에 답하는 마음 처방전’이라는 소제목이 인상적이에요. 저자는 “사춘기 여학생은 친구 관계에 관심이 많고 영향도 크게 받으며, 또 친구 관계의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경험했을 때 다른 심리적인 문제를 겪게 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이들에게 주목하게 됐다”라고 이야기해요. 부모님께 혼나거나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 대개 친한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게 되는데, 친구에게 마음이 상하게 되면 속마음을 이야기할 대상이 없어지니 우울해지거나 방황할 가능성이 커지죠. 그래서 저자는 사춘기 여학생의 친구 문제에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대요.
다른 사람 이야기를 통한 치유와 회복
이 책은 엄친딸, 모범생, 활달한 성격이지만 뚱뚱한 게 콤플렉스인 아이, 까칠한 성격의 아이, 우유부단한 아이,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까지 총 여섯 명의 아이들이 겪는 다양한 친구 관계의 문제를 다섯 개의 큰 주제들로 담고 있어요. 그 주제들은 첫째, 질투와 시기심, 둘째, 애착과 불안, 셋째, 따돌림과 외로움, 넷째, 공감과 위로, 다섯째, 경쟁과 좌절감이에요. 모범생 민아가 ‘엄친딸’ 혜림이를 보며 느끼는 질투와 시기심, 마음을 열지 못하고 늘 겉도는 서인이가 겪는 불안, 어렵게 사귄 수진이를 잃을까 봐 두려워하는 서인이의 따돌림 문제 등에 대해 읽다 보면 어느덧 내가 가진 문제도 풀어지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인문학 교수님이 풀어내는 이야기를 통해 치유와 회복을 깊이 경험해 보기를 소망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