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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

옷장을 열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과월호 보기 김대만 목사 (Youth&Community Ministry)

십대들이 부모님과 갈등을 겪는 몇 가지 주제가 있어요. 공부, 진로, 교회 출석, 신앙생활, 습관 등이에요. 그중에 비중이 제법 큰 주제가 있는데, 바로 ‘옷’이에요. 

예수님께서는 무엇을 입을지 염려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주일 아침 교회 갈 때 입는 옷, 친구들과 놀러 갈 때 입는 옷 등 때와 장소, 상황에 맞게 옷을 챙겨 입으려면 신경이 많이 쓰일 수밖에 없죠. 그 때문에 부모님과 전쟁을 치르기도 해요.


나는 유행에 민감해요

“나는 옷에 관심이 1도 없어. 엄마가 사 주시는 옷을 그냥 입어”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어요. 이런 친구들은 옷 때문에 엄마와 싸울 일은 없지만, 코디를 잘못했다가 워스트 드레서(Worst Dresser)로 불릴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런 친구라도 패션에 관심이 생기면, 패션 피플(Fashion People)이 되기도 해요.

멋쟁이 친구들은 수련회 단체 티를 견딜 수 없어요. 어떻게 해서든지 나만의 개성이 드러나도록 스타일링을 해야 하거든요. 교복마저도 그냥 입기를 거부하죠. 여자 친구들은 치마 기장을 짧게 만들고, 남자 친구들은 바지 너비를 줄여 슬림핏이나 스키니핏을 만들기도 해요. 다른 친구들과 똑같은 옷이라도 멋이 나도록, 나만의 개성이 살도록 스타일링을 해야 마음이 편해져요.


옷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옷장을 열어 보면 많은 옷들이 있어요. 자주 입는 옷들도 있지만, 1년에 한 번도 입지 않는 옷들도 있어요. 사연이 담긴 인생 옷이라면 버리지 않고 보관하게 돼요. 돈을 모아서 처음으로 산 옷, 평생 하나님을 믿고 따르기로 결단했던 수련회 단체 티셔츠, 친구들과 함께 맞춰 입은 우정의 맨투맨 티셔츠, 첫 데이트 때 입었던 치마 등이 있죠. 

이처럼 모든 옷에는 옷감과 디자인의 탄생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있고, 세계사의 주요 사건과 관련된 옷 이야기들이 있어요. 이달에 소개하는 《옷장 속의 세계사》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는 친구들을 패션 피플을 넘어서, 옷 전문가, 역사가, 이야기꾼, 인문학자로 만들어 줄 거예요.


하나님께서 입히시는 사람들의 이야기

책 속에는 잘 알려진 옷들의 이야기로 가득해요. 청바지를 시작으로 비단, 벨벳, 검은 옷, 트렌치코트, 마녀의 옷, 바틱, 스타킹, 비키니, 넥타이와 양복 등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어요. 청바지는 미국 서부 개척 시대에 군부대에 납품하려다 취소된 천막으로 만든 옷이었어요. 골드러시(Gold rush) 시대에 금을 캐던 사람들에게 좋은 평을 받으면서 대유행이었죠. 하지만 그 뒤에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희생 이야기가 겹쳐 있어요. 

벨벳 편에는 1989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벨벳 혁명’ 역사 이야기가 실렸고, 검은 옷 편에는 스페인 흥망성쇠의 주인공인 펠리페 2세의 이야기와 17세기 영국의 올리버 크롬웰과 청교도 혁명 이야기가 담겼어요. 트렌치코트 이야기에는 젊은이들의 시체로 가득했던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전쟁 이야기가 실렸어요. ‘여자가 바지를 입고 다녔다’라는 죄목으로 마녀로 몰려 화형을 당한 잔 다르크 이야기가 실린 마녀의 옷 편에서는 중세 종교 권력을 고발해요. 비키니는 핵 실험의 진원지였던 남태평양 섬의 이름을 땄어요.

이렇듯 옷 이야기와 함께 짜인 세계사의 각 장면 속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면, 친구들은 좋은 역사가이자 인문학자예요. 이를 통해 하나님께서 옷 입히시는 사람들의 어려움과 행복에 계속 관심을 기울이는 믿음의 제자들로 살아가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