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대만 목사 (Youth&Community Ministry)
지난 2월 한참 인기가 올라 팬들의 사랑을 받던 겨울 스포츠 종목에 매서운 한파가 불어닥쳤어요. 10여 년 전의 학교폭력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큰 인기를 누리던 유망 선수들이 징계를 받았어요. 이 사건은 같은 종목의 다른 구단에도 영향을 끼쳤고,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도 영향을 미쳤죠.
지금은 사소하지 않은 일
이 사건에서 사람들의 첫 번째 관심은 사건의 진위 여부와 진실성이었어요. 온라인 공간에서 떠돌던 소문들이 진실이 돼 드러났을 때 사람들은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라거나 “정말이었네. 그럴 줄은 몰랐어”라며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했어요.
암울했던 흑역사 속에 감춰 뒀던 ‘과거’가 2021년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을 목격했어요. 그러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을 ‘폭력’을 당연한 것이나,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게 됐죠. 예전엔 사소했던 일들이 이제는 더 이상 사소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사소한 일들이 서로 연결될 때
이달에 소개하는 책은 7학년(중학교) 교실에서 일어난 소동을 다룬 왕수펀 작가의 《처음엔 사소했던 일》이에요. 소설 속 교실 이야기는 ‘월요일 오전’에 일어난 한 사건으로 시작해요. 작가는 일주일 동안 일어난 연쇄 사건과 관련된 일곱 명의 학생과 담임선생님의 이야기 여덟 편을 독자에게 들려줘요. 린샤오치, 리빙쉰, 차이리리, 장페이페이, 저우유춘, 뤄추안과 왕 선생님, 천융허가 그 주인공이에요.
소설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해요. ‘월요일 오전, 린샤오치의 금색 볼펜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없어진 볼펜은 천융허의 필통에서 발견되었다.’ 교실 안에서 도난 사건이 발생했고, 잘생기고 인기가 많던 천융허의 필통에서 린샤오치의 볼펜이 나왔어요. 장쉐의 고발에 천융허는 아무렇지도 않게 린샤오치에게 볼펜을 돌려줬죠. 담임 선생님과 다른 친구들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겼어요. 하지만, 천융허의 장난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던 일은 예상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요.
버스카드, 학급비, 점심 급식비가 연달아 없어지면서 모든 일의 진범으로 천융허가 의심을 받죠. 일주일 사이에 일어난 여러 사건들은 마지막으로 실린 A군의 짧은 진술로 끝이 나요. 익명으로 소개된 A군의 이야기는 교실 밖의 독자들을 수렁으로 빠뜨려요. 권선징악으로 끝이 나거나, 모두 오해를 풀고 관계가 회복돼 즐거운 교실로 돌아갈 줄 알았던 이야기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지 못한 채로 끝나죠.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
린샤오치의 볼펜을 몰래 가져다 쓴 장쉐, 장쉐의 장난에 항변하지 않았던 천융허, 천융허에게 무시당했던 일을 되갚아 준 반장 장페이페이, 장페이페이의 부탁으로 거짓말을 한 저우유춘의 이야기는 서로 연결되지 않는 각각의 사소한 일들이에요. 하지만 이 사소한 일들을 하나로 연결하자, 같은 교실 안의 ‘친구’는 ‘범죄자’가 돼 버리죠.
7학년의 어느 교실에서 일어나 사건을 들여다보면 이스라엘 공동체와 우리에게 주신 계명,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라”, “도둑질하지 말라”는 말씀이 떠올라요.
어떤 이유든 폭력은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기억하며 “네 이웃을 네 자신같이 사랑하라”(마 22:39)는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는 친구들이 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