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대만 목사 (Youth&Community Ministry)
고등학교 시절, 1학년 전체가 독일 가곡 ‘그대를 사랑해’(Ich liebe dich)나 이탈리아 가곡 ‘오 솔레 미오’(O Sole Mio) 중의 한 곡을 부르는 음악 가창 실기 시험을 앞두고 있을 때, 이상한 소문이 들렸어요. ‘실기 시험에 대한 선생님의 평가 기준이 애매하다’라는 소문이었죠.
의문에서 시작된 일
그런데 그만 우리 반에서 사고가 터졌어요. 사건의 핵심 인물은 바로 저였어요. 실기 시험의 진행 과정에 대해 설명하시는 선생님께 저는 손을 들고 질문했어요. “선생님, 시험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면서요?” 선생님은 저를 교단 앞으로 나오게 하셨고, ‘사랑의 매’에 진심을 담아 엉덩이를 두세 대 때리시고는 자리로 돌려보내셨어요. 친구들은 그런 저와 선생님을 보며 큰 소리로 웃었어요. 그 바람에 저를 비롯한 친구들 모두 긴장이 풀려 편안한 마음으로 마음껏 노래를 불렀죠.
대한민국 공립 고등학교의 역사를 바꿀 뻔(?)했다가 응징만 받았던 이 사건과는 달리, 기독교 역사와 세계사를 다른 방향으로 틀어 버린 중요한 사건이 있어요. 그것은 바로 중세 교회에 대한 ‘종교개혁’으로, 개혁의 핵심 인물은 독일의 수도사 마틴 루터예요.
종교개혁은 일회적인 사건은 아니었고, 150년 정도 되는 기간에 걸쳐 전 유럽에서 일어났어요. 이달에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책은 종교개혁 시대의 주요 사건과 기록을 담은 황희상 목사님의 《특강 종교개혁사》예요. 400쪽이나 되는 책이지만, 주요한 역사 사건과 해설, 학습 활동과 확인 질문, 종교개혁지 탐방 기사와 쉬어 가기, 심화 학습까지 읽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을 거예요.
면벌부와 사제주의, 이상하지 않아?
사실 루터의 종교개혁은 개혁을 위해 시작한 일은 아니에요. 중세 교회는 면벌부(고해성사 후에도 남아 있는 벌의 일부 혹은 전체를 없애 줬음을 증명하는 문서) 또는 면죄부라고 부르는 증서를 사람들에게 판매했어요. 중세 교회는 “면벌부 판매대의 돈통에 동전이 ‘쩔렁’ 떨어지는 순간, 연옥에 있던 영혼이 ‘훌쩍’ 올라갑니다”라고 말하면서, 면벌부가 있으면 천국으로 간다고 사람들을 속였어요. 라틴어로 된 성경을 읽을 수 있는 성도가 없으니, 사람들은 사제들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죠.
이처럼 면벌부는 ‘개혁’의 원인이 됐지만, ‘타락’의 원인은 아니었어요. 교회의 타락은 ‘사제주의’에서 시작했어요. 사제란 구약에서 제사장이 하는 역할과 비슷한 개념인데 사제인가 아닌가로 성도의 등급을 나누며 타락이 시작된 거죠. 사제주의는 종교 권력의 계층 구조가 만든 잘못된 신앙이에요.
세상을 바꾸는 힘, 개혁
수도사 루터는 이 모든 일을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신의 의문이 담긴 ‘95개조 반박문’을 써서 1517년 비텐베르크교회 출입문에 붙였죠. ‘회개하라’는 외침으로 시작된 이 문서는 각성과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더니 중세 교회를 개혁하는 동력이 됐어요. 이렇게 로마 교회로부터 독립한 기독교는 2세대 종교개혁자인 존 칼빈의 영향으로 기초가 탄탄히 세워져서 유럽 각국으로 퍼져요.
종교개혁은 교회와 종교에만 머물지 않았어요. 개혁의 영향은 정치·사회·문화·교육 등에 걸쳐 나타났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종교개혁이 어떻게 사람들의 삶을 바꾸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갔는지 탐구해 보세요. 또 친구들의 삶에서 개혁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고민해 보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