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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8월

내가 만든 나의 세상, 담을 허물다

과월호 보기 김대만 목사 (Youth&Community Ministry)

저는 청소년기에 외로움을 많이 타는 아이였어요. 그래서 늘 많은 사람들 속에서 어우러져 지냈어요. 학교에서는 학급 회장 후보에 오르기도 했고, 환경미화부장으로 교실 뒤쪽 게시판을 꾸미는 일을 맡기도 했어요. 교회에서는 학생회 임원을 했고, ‘문학의 밤’을 기획하며 진행하기도 했죠.


외로움에 힘들어하던 아이

사람들은 매사에 열심을 내는 제 모습을 보며, MBTI 성격 유형 첫 번째 항목을 E(외향적)로 분류했어요. 하지만 저는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는 달리 극단적인 I(내향적)였죠. 성격 유형에서 외향적인지, 내향적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어떻게 에너지를 얻는가?’예요. 

외향적인 사람은 사람을 통해 에너지를 채우고, 내향적인 사람은 혼자 있는 시간에 에너지를 채워요. 외향적인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사람들 속에서 에너지를 소모한 후 급격히 ‘외로운 감정을 느껴요. 큰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후, 혼자 남겨진 공연장에서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고, 친구들과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죠.

내향적인 저는 사람들 사이에 섞일수록 외로움이 크게 느껴져서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어요. 아무리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외로움에 스스로 경계를 만들고 담을 쌓았던 거예요. 그러던 어느 날, 저를 잘 알고 있는 교회 선생님께로부터 글로리아 제이 에번스의 《담》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어요. 


‘담쌓기’, 나의 세상 만들기

얼마 전 오랜만에 기독교 서점에서 《담》이 신간 매대 위에 놓인 걸 보니 반가웠어요. 책 표지에는 ‘출간 43주년을 맞은 우리 시대 우화’라고 적혀 있었어요. 순간 청소년 시절의 다양한 감정들이 떠올랐어요. 

저자의 자전적 경험이 담긴 《담》은 사람들의 보편적인 경험과 감정을 다룬 책이에요. 책 속의 주인공은 담을 쌓기 시작해요.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에 불청객처럼 들어오는 게 싫었어요. 그래서 담을 쌓고 경계를 표시하죠. 하지만 사람들은 낮은 담을 계속 넘나들었어요. 주인공은 담을 점점 높이 쌓았지만, 사람들을 막을 수는 없었어요. 주인공은 담을 이루는 돌에 문양을 넣기도 하고 아치 형태로 담을 쌓기도 했어요. 담 안과 밖은 계속 분리됐죠.

결국 자신이 쌓은 담은 자신을 세상과 완전히 분리되게 만들었어요. 평안을 위해 담을 쌓았지만, 담 안에 갇혀 외로움에 힘겨워하며 “누구든 제발 나 좀 도와줘, 제발!”이라며 절규해요. 그리고 하나님께서 자신을 찾아오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라 담 안에서 무릎을 꿇어요. 하나님께서는 담 안에 있던 주인공을 찾아와 만나 주셨죠.


다시 담 밖으로

이후 주인공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어요. 하나님께서는 주인공이 쌓은 돌의 이름을 알려 주셨어요. ‘시기심의 돌’이에요. 시기심의 돌을 치우는 순간 담은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했어요. 담 밖에서 꽃을 주는 사람도 있고, 새로 생긴 구멍으로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도 있었죠. 돌을 더 치우자 햇빛이 들어왔어요. 주인공은 담을 허문 후, 담 밖으로 나가 담에 갇힌 사람들에게 꽃을 보내고, 손을 내밀고, 담에 기대어 대화를 나눠요. 그리고 담 안에서 만난 하나님을 담 밖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전해요. 

<큐틴> 친구들도 사람들 사이에 막힌 담이 있다면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허물기로 해요. 그리고 담 안에서 만난 주님을 전하는 친구들이 되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