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대만 목사 (Youth&Community Ministry)
‘부글거리다’ 또는 ‘부글부글하다’는 ‘많은 양의 액체가 잇달아 야단스럽게 끓다’, ‘큰 거품이 잇달아 일어나다’라는 의미의 동사예요. 특히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 때문에 화가 나는 감정 상태를 ‘너무 화가 나서 속이 부글부글하다’라고 표현하기도 하죠.
폐수 같은 분노의 감정에서 허우적대기
아주 오래전의 일이었어요. 새해가 시작되면서 청년부를 담당하는 전도사님이 새로 오셨어요. 처음에는 청년들과 사이가 좋았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겼어요. 전도사님으로부터 험한 말을 들으면서 감정이 상하고 마음에 상처를 입었죠.
너무 큰 충격을 받아 상처 난 마음은 오랫동안 아물지 않았어요. 자다가 깨서 더 이상 잠을 이루지 못하기도 했어요. 당시 제 기도제목은 화가 나는 감정 다스리기, 상한 마음 치유하기였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은 잊혔고, 마음의 상처도 아물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0년이 지나 목사님들이 모이는 회의에서 이제는 목사님이 되신 전도사님을 다시 만났어요. 내가 먼저 그분을 알아봤는데, 나도 모르게 마음에서 분노가 차올랐어요. 그리고는 나 자신에게 너무 놀랐어요. 그날의 사건이 잊히고 상처도 아물었다고 생각했는데, 분노의 감정이 부글거리며 올라왔거든요. 상처받은 마음은 치유된 게 아니었죠.
어려운 도전이지만 가능한 일, 용서
그러던 중 용서를 배우고 묵상할 수 있는 좋은 책을 만났어요. 단 해밀턴의 《용서, 상처를 치유하는 사랑》이에요.
이 책은 주인공이 한 소녀와 사귀게 된 이야기로 시작해요. 좋은 관계로 시작한 두 사람은 나쁜 사이로 발전해 결국 헤어져요. 두 사람 사이에는 온갖 기계 부품이 뒤섞인 폐수가 물줄기가 돼 흘러요. 두 사람은 시간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되는데, 서로의 마음은 미안함으로 달라져 있었어요. 이야기를 나누던 중 상대방을 용서하고 우정을 회복하게 되죠.
용서의 사전적 정의는 ‘지우다’, ‘떨쳐 버리다’, ‘멀리 보내다’예요. 그런데 무엇을 어떤 방법으로 지우고 떨쳐 버려야 할지 모르는 데서 혼란이 시작돼요.
저자는 용서가 세 가지 경로를 거쳐 이뤄진다고 소개해요. 먼저,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만 따로 구분해 과거의 일로 묶어요. 다음으로, 과거의 사실에 연루된 일체의 감정적 반응을 확인하고 떨쳐 버려요. 마지막으로, 회복하는 데 필요한 대가를 생각하면서 복수하겠다는 마음을 지워 버리는 거예요. 그러면 온전한 용서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해요.
용서를 위해 가장 먼저 시작할 일은 과거를 받아들이는 거예요. 실제로 일어난 일을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어요. 대신 과거를 생각할 때 따라오는 감정을 분리하고, 분리해 낸 감정을 떨쳐 버려야 해요. 부정적 감정 발산을 즐긴다거나 마음에 간직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죠.
용서와 화해, 주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나를 용서하시는 하나님을 닮아 다른 사람을 용서할 때는 대가를 지불해야 해요. 내게 잘못한 사람을 받아들이고 그를 사랑한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 주겠다고 결심해야 하죠. 여기에는 화해를 원한다는 의도를 분명히 확증시켜 주는 것을 포함해요. 화해야말로 서로 상대방을 용서하고 용납했다는 증거예요.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같이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시옵고”
용서하시는 하나님을 닮아 용서와 화해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는 사람 사이에는 하늘로부터 맑은 물줄기가 마음으로 쏟아져 내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