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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선교사의 마을, ‘정동’을 여행해요~

과월호 보기 김대만 목사 (Youth&Community Ministry)

친구들이 꼽는 레전드(legend) 가수는 누구예요? 작년 모 음악 사이트의 인기 차트에는 악뮤(AKMU)를 시작으로 제니, 아이브(IVE), 정국, 뉴진스 등이 이름을 올렸어요. 대부분 십대와 20대 언니, 오빠, 형, 누나들이 좋아하는 가수죠. 


레전드가 노래하는 교회 이야기

아주 오래전, 친구들의 부모님이 십대였을 때 큰 인기를 얻었던 가수가 있었어요. 지금 우리나라 가요계에 레전드로 인정받는 가수 이문세 씨죠.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의 노래들 중에 “광화문 연가”라는 곡이 있어요. 이 노래 가사에는 ‘덕수궁 돌담길’을 시작으로 ‘언덕 밑 정동길’,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광화문 네거리’와 같은 특별한 장소들이 나와요.

가사의 주된 배경은 덕수궁이 있는 서울시 중구 ‘정동(貞洞)’이에요. 덕수궁은 서울 시청 바로 앞에 있는 높은 담으로 둘린 조선의 궁(宮)이에요. 덕수궁의 뒤편에 있는 높은 돌담길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유명하죠. 바로 이 데이트 코스 한쪽에 오래된 교회가 있어요. 노래 가사처럼 하얀 눈이 지붕 위에 소복이 쌓여 겨울 데이트의 정취를 더해 주는 ‘정동교회’예요(지금은 정동제일교회로 교회 이름이 바뀌었어요).


정동교회, 그리고 ‘정동’

정동교회가 세워진 동네인 ‘정동’(貞洞)은 1800년대 말부터 1900년대 초반을 관통하는 대한민국 역사와 한국 교회사, 한국 기독교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달에는 ‘정동’ 이야기가 담긴 책 《언더우드와 함께 걷는 정동》을 소개하려고 해요. 

저자인 양신혜 교수님은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학에서 신학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신학교에서 교회사를 가르치고 계세요. 교회사를 전공한 교수님은 한국 교회의 발자취를 따라가다가 ‘정동’에서 멈췄어요. 이곳에서 대한 제국과 한국 기독교의 역사가 만나는 것을 확인하고는, 정동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쓰기로 결심하신 거죠. 

책의 서문에서 교수님은 정동을 이렇게 소개해요. “선교사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이곳에서 순례자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들은 고국의 안락함과 편안함을 버리고 또다시 길을 떠나 불편하고 낯선 두려움을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그들의 수고가 오늘의 문명을 만들었습니다. 이곳 ‘정동’에는 그들의 삶이 숨겨져 있습니다. 지금의 ‘정동’을 세웠습니다. 위대한 한국의 역사가 지금의 정동이 주는 고즈넉함을 넘어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이것이 정동에 숨겨진 보물을 찾은 자의 기쁨입니다.”


선교와 역사의 공간, 정동 여행하기

1885년 4월 5일, 미국에서 한국에 파송된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인 언더우드와 아펜젤러는 인천 제물포에 도착했어요. 당시 조선은 미국에서 공부를 제법 많이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조차 잘 모르는 나라였어요. 

미지의 나라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입국한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스크랜튼 선교사는 조선의 낯선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의료 활동과 교육 활동을 이어 갔어요. 이들의 섬김과 수고로 조선에는 많은 교회와 학교, 병원이 세워지게 됐죠.

이 책에는 ‘선교’ 이야기뿐 아니라, 조선의 문화와 역사 이야기도 빼곡히 담겼어요. 19세기 말 우리나라의 물, 음식, 집 이야기를 시작으로, 정동에 있는 서울시립미술관, 배재학당 역사박물관, 정동제일교회, 덕수궁 대한문, 석조전, 이화여고와 예원학교 등 정동의 모든 것을 담고 있죠. 

책 표지에 자전거를 타고 계신 선교사님과 함께, 친구들도 따릉이를 타고 정동에 숨겨진 순례자의 삶과 하나님의 뜻을 찾아보길 소망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