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대만 목사 (Youth&Community Ministry)
“주의 임재 앞에 잠잠해”라는 찬양을 들어 본 적 있나요? 이 곡은 최유신 씨가 미국의 “Be still”을 우리말 가사로 번역해 한국 교회에 소개한 찬양이에요. “주의 임재 앞에 잠잠해 주 여기 계시네”라는 가사가 곡의 시작과 마지막에 반복돼, 하나님을 묵상하는 예배자가 자신의 마음을 성찰하기에 좋은 찬양이죠.
‘존전’과 ‘임재’
이 찬양의 1절 가사는 “주의 임재 앞에 잠잠해 주 여기 계시네/ 와서 모두 굽혀 경배해 신령과 진리로/ 순결하신 주님 거룩한 존전에/ 주의 임재 앞에 잠잠해 주 여기 계시네”예요. 가사에 집중해 찬양하다 보면, ‘존전’과 ‘임재’라는 단어 앞에서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르겠어요.
한자어 ‘존전’(尊前)은 높을 ‘존’(尊)과 앞 ‘전’(前)을 합한 단어로 ‘임금이나 높은 벼슬아치의 앞’이라는 뜻이에요. 높고 높아서 존경받으실 만한 존귀하신 하나님 앞을 ‘존전’이라는 단어로 표현한 거죠.
‘임재’는 요즘 교회에서 많이 사용하는 단어인데, 한자어 ‘임재’(臨在)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단어는 아니에요. 이 단어는 한글 성경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죠. 개역개정 딱 한 곳 “여호와께서 권능으로 내게 임재하시고 그의 영으로 나를 데리고 가서 골짜기 가운데 두셨는데 거기 뼈가 가득하더라”(겔 37:1)는 구절에만 등장해요.
내 모든 일상을 주님 앞에서
‘임재’를 풀어 설명하면, ‘위로부터 내려와 지금 여기, 이 자리에 계시다’란 의미에요. 그러므로 ‘하나님의 임재’란 ‘위에 계신 하나님께서 내려오셔서 지금 여기에 내 앞에 계신다’라고 설명할 수 있어요.
세상 어디에도 없던 말 ‘임재’는 그리스도인이라면 한 번 이상 들어 봤을 뿐 아니라, 실제로도 많이 사용하는 말이죠. 그래서 “주의 임재 앞에 잠잠해”를 부르며, 이 시간 이 자리 가운데 계시는 하나님을 생각하고 그 앞에 잠잠히 머물며 하나님께 집중할 수 있는 거예요. 살아 계신 하나님께서 바로 지금, 바로 이곳에 오셔서 내 앞에 계신다고 믿기 때문이죠.
주님의 임재 연습하기
‘임재’의 의미와 가치를 잘 보여 준 역사적 인물이 한 사람 있어요. 바로 프랑스에서 태어난 니콜라 에르망이에요. 그는 훗날 수도원의 평수사로 생활하면서 ‘로렌스 형제’라는 이름을 얻어요.
그는 어려서 수도원 회계의 잔심부름꾼으로 일했으며, 전쟁에 참전해서는 다리를 다쳐 평생 장애를 안게 되는 등 힘든 삶을 살았어요. 그러다 열여덟 살에 신앙을 갖게 되면서, 카르멜 수도회에 평수사로 들어가 평생을 살게 돼요.
이달에 소개하는 책은 로렌스 형제의 글과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글을 엮은 《하나님의 임재 연습》이에요.
그는 수도원에서 주방 허드렛일이나 신발 수선하는 일을 하면서도 매 순간 호흡하듯 하나님의 깊은 임재 속에서 온전히 살았어요. 하나님께서 지금 여기 임재하셔서 나와 함께 계신다고 생각하니, 모든 일을 함부로 할 수 없었죠. 하나님의 임재 앞에 서 있다고 생각하니, 모든 상황에서 주님을 찾았으며 주님을 의지하지 않을 수도 없었어요.
로렌스 형제의 생애는 ‘말이 아닌 삶으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했던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4부). 하나님의 임재를 연습하기 시작하면 큰 숨을 내쉬어 편안한 호흡을 이어 가는 일상을 살 수 있죠(1부). 이 연습은 하면 할수록 자연스럽고 쉬워져요(2부). 그리고 그 임재를 경험한 사람은 이 땅에서 하나님 나라를 살아가게 돼요(3부).
‘만일 우리 영혼의 배가 풍랑이나 폭풍 때문에 아직 흔들리고 있다면, 우리는 줄곧 우리 안에서 쉬고 계시는 주님을 깨워야 하네’라는 로렌스 형제의 말처럼, 삶의 모든 시간과 장소에서 주님을 깨워 그 앞에 서는 훈련을 해 보세요. 그럴 때, 정말 복된 인생이 되리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