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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7월

꿈꾸는 사람

과월호 보기 김대만 목사 (Youth&Community Ministry)

 청소년 때는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아요. “어느 학교에 다니니?” 같은 단순한 정보를 묻는 질문에는 쉽게 대답할 수 있어요. 그러나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도 있죠.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하나를 꼽자면 “넌 꿈이 뭐니?”라는 질문이에요.


꿈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나요?
꿈에 대한 질문에 정직하게 ‘없다’ 또는 ‘아직 모르겠다’고 말하면, ‘요즘 애들은 꿈이 없는 게 문제야.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모르겠어’라는 말을 듣게 될 것 같고, 그렇다고 ‘이러저러한 꿈이 있어요’라고 대답하기엔 스스로에게 정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중학교 1학년 때, 교회에서 전도사님과 놀다가 목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 후 목사가 마음 한편에 있으면서도, 식물학자, 동물학자, 곤충학자, 거미학자, 조류학자 등 되고 싶은 것들은 끊임없이 바뀌었어요. 고1 때는 한국 지리 선생님이 너무 좋아서 지리 교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네요. 고3이 되면서 다시 ‘목사’로 미래의 꿈을 확정했지만요.
그런데 제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을 거예요. 제가 말한 꿈들은 사실 ‘꿈’이 아니라 ‘직업’이잖아요. ‘꿈’은 결코 ‘직업’이 아니에요. 직업은 꿈을 효과적으로 이룰 수 있는 수단이나 방법이죠. 어른들도 꿈과 직업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설명해 주지 않아요. ‘꿈’에 대한 질문에 ‘직업’으로 대답해도 칭찬을 받으니, 꿈을 생각해 볼 기회를 놓치게 돼요.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이달에 소개하는 책, 『마틴 루터 킹』은 ‘꿈’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책이에요. 마틴 루터 킹 목사님의 가장 유명한 연설은 1963년 8월 28일, 워싱턴 행진 집회에서의 연설이에요.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조지아주의 붉은 언덕에서 노예의 후손과 노예 주인의 후손이 형제처럼 손을 맞잡고 나란히 앉게 되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내 아이들이 피부색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인격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입니다.” 이 연설의 내용은 흑인 인권 운동사를 포함해서 인류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가장 탁월한 연설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어요.


마틴 루터 킹 목사님의 꿈
1863년, 미국에서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에 의해 ‘노예해방선언’이 발표됐고, 1865년에 입법부에서 헌법 수정 13조가 최종 동의됐어요. 하지만 그로부터 90년이 지난 1955년에도 미국 내 흑인들은 여전히 법률에 근거한 차별로 고통받고 있었죠. 킹 목사님은 흑백 분리 법률을 위반해 체포된 로사 파크스를 위한 ‘버스 보이콧 운동’으로 본격적인 비폭력 저항 운동을 시작했어요.
킹 목사님의 꿈은 목사나 흑인 인권 운동 단체의 대표, 인권운동 협의회 의장이 아니었어요. 그의 꿈은 흑인이 어떤 차별도 받지 않고 함께 어울려 사는 공동체를 실현하는 것이었어요. 이를 위해 예수님의 사랑을 기초로 간디가 앞서 실천했던 비폭력 저항 운동을 펼친 거예요. 바로 그 꿈이 1963년 워싱턴 행진 집회를 앞두고 온 세상에 생생하게 중계된 거지요.


진짜 꿈을 찾아서
꿈은 직업이나 사회적 위치가 아니라, ‘가치’의 실현이에요. 암살로 마지막 생을 마감했던 마틴 루터 킹 목사님이 추구했던 정의, 평등, 자유, 인권, 사랑, 비폭력, 저항 등의 가치를 살펴보며, 직업이 아닌 여러분의 진짜 꿈을 발견하기를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