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월호 보기 김대만 목사 (Youth&Community Ministry)
대학교 2학년 때 선배의 부탁을 받고, 경기도 신도시에 있는 제법 큰 교회의 유년부 여름캠프에 교사로 참여한 적이 있어요. 교회 버스로 이동 중이었는데, 맨 뒷줄에 앉은 초등학교 1학년 남자아이가 자기네 집 이야기를 하는가 싶더니 옆에 앉은 친구에게 물었어요. “너희 집은 몇 평이야?” 질문을 받은 친구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문제라는 듯이 큰소리로 자신 있게 대답했어요. “우리 집은 40평이야.”
‘집’에 대해서 말하는 아이들
1평은 약 3.3058m²로, 가로세로 길이가 각각 약 1.817m인 면적이에요. 키 165cm의 어른 2명이 여유 있게 누울 수 있는 정도죠. 그런데 40평은, 어른인 저도 수치상으로는 말할 수 있지만 실제로 어느 정도인지 잘 가늠이 안 되는 면적이에요.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가 40평 집에 산다고 말한 친구에게 물었어요. “그런데 너는 한 평이 어느 정도 크기인지 알아?” 질문을 받은 친구를 포함해서 버스 맨 뒷줄에 앉은 아이들 중 제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어요.
‘대체 이 아이들이 자기 집 평수를 어떻게 알았을까?’ 어린아이들의 입에서 나오기 쉽지 않은 말이었으니까요. 답은 간단해요. 부모님을 포함한 어른들의 대화 때문이에요. 엄마, 아빠의 대화, 혹은 엄마와 옆집 아줌마의 대화를 곁에서 들으며, ‘아, 우리 집은 40평이구나’ 하고 알게 된 것이고,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거죠.
더 아름다운 세상이 있다
‘집’을 말하거나 들을 때, 엄마와 아빠, 가족들이 있는 즐겁고 편안하고 안전한 곳, 행복한 추억과 경험으로 가득 찬 곳, 그래서 정말 좋은 곳으로 생각해야 하는 어린이들이 ‘40평’ 집에 사는 어른들의 말과 생각을 너무 빨리 배운 건 아닌가 싶었어요. 한 평의 땅이 얼마만한 크기인지도 모르면서, 앵무새처럼 어른들의 말을 따라 하고 있는 모습이 정말 안타까웠어요. “어른의 생각과 말을 너무 빨리 배우지 말았으면 해. 대신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쳐서 더 예쁘고 더 아름다운 세상을 그려 봐”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었어요.
하나님의 어린 왕자
오늘 소개하는 책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예요. 이 책은 오랫동안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아 온 책이에요. 눈앞의 현실이 아닌 상상의 나래를 펼쳐 세상을 그리던 어린 시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기 때문이죠.
코끼리를 통째로 삼킨 보아 뱀을 그린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 이 책은 어린 왕자와의 만남과 어린 왕자와 함께 떠나는 여러 별로의 여행 이야기를 통해 세상을 보는 또 다른 시선을 경험하게 해 줘요. 의자를 조금만 옮기면 석양과 일몰을 계속 볼 수 있는 작은 별, 별을 쪼갤 수도 있는 큰 바오밥 나무, 유리 덮개를 덮어 줘야 하는 꽃, 사막을 가로질러 만난 장미, 잊지 않고 청소해 줘야 하는 화산, 상자 속에 들어 있는 양과 길들여진 여우 이야기 등이 현실 너머의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게 하죠.
“마음으로 봐야만 분명하게 볼 수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거든”,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네가 너의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하게 생각하는 건 그 꽃에 바친 시간 때문이야” 등 《어린 왕자》 속 명대사는 하나님을 믿는 <큐틴> 친구들에게도 삶의 지혜를 알려 줄 거예요. 현실에서 눈을 돌려 하나님께서 다스리시는 더 아름다운 나라를 그리는 친구들이 되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