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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2월

행동하는 그리스도인

과월호 보기 김대만 목사 (Youth&Community Ministry)

 신학대학교 1학년 때의 일이에요. 기억을 더듬어 지난 시간의 저를 소환하는 이유는 그날 있었던 특별한 사건 때문이에요. 수업이 끝난 후 동아리에서 성경공부와 기도모임까지 모두 마치고, 제법 늦은 시각에 집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어요. 당시에는 1~4호선만 있던 시절이라 제가 탄 2호선은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복잡했어요. 하루 일과를 마친 사람들의 고단함과 술 냄새, 담배 냄새, 음식 냄새 등 갖가지 냄새들이 섞여 꽤 불편했죠. 그런데 그날은 평소와는 달랐어요.


지하철에서 만난 술주정뱅이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전철 안에 사람이 별로 없었어요. 다른 칸으로 넘어가기 위해 열차 안을 지나가는 사람들 외에는 모두 자리에 앉아 있었어요. 무척 평화로운 귀갓길이었죠. 출입문 바로 옆자리에 앉아 그 신비한 여유를 누리고 있는데, 정적을 깨는 날카로운 음성이 들려왔어요. 바로 맞은편에 앉은 아저씨 한 분이 제게 삿대질을 하며 욕설을 섞어 큰 소리로 뭔가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었어요. 술주정이었어요.
사람들이 힐끗거리며 그를 쳐다봤고, 옆자리의 젊은 여성은 다른 자리로 옮겨 갔죠. 그런데 한동안 거친 말을 쏟아 내던 아저씨가 갑자기 몸을 구부려 구역질을 하기 시작했어요. 참 신기하게도 그날따라 비닐봉지를 가지고 있던 저는 급히 가방에서 비닐봉지를 꺼내 아저씨께 다가갔어요. 근처에 있던 여성은 휴지를 꺼내 여러 사람들의 손을 거쳐 제게 전달해 줬어요. 모든 상황이 정리되자 아저씨는 제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연거푸 하고는 먼저 내렸어요.


부끄러운 고백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를 읽다가 오래전 그날이 떠올랐어요. 신학대학교 1학년 시절은 ‘열정’ 그 자체였어요. 수업이 일찍 끝나는 날이면 어김없이 판자촌에 있는 놀이방을 찾아가 아이들과 몇 시간씩 놀아 주곤 했어요. ‘예수님’이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이 나고,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뒷일은 신경 쓰지 않은 채 나서서 도왔죠. 그랬기에 그날 역시 술주정을 하는 아저씨를 흔쾌히 도울 수 있었던 걸 거예요. 예수님이 그 열차에 계셨더라면 그렇게 하셨을 것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이에요.
지금 생각해 보니 스무 살의 제겐 믿음의 실천과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선한 행동이 전혀 고민거리가 아니었어요.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라는 질문이 늘 자동적으로 따라왔거든요. 그런데 20년이 지나 목사가 된 지금은, 부끄럽게도 의도적으로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를 몇 번씩 거듭 물어야 하고, 애써 답을 찾은 후에야 겨우 실천으로 옮길 수 있게 됐네요.


행동하는 그리스도인을 꿈꾸며
10만 독자가 선택한 스테디셀러인 찰스 M. 쉘돈의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는 제게 주님과 주님의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책이에요. 레이몬드 제일교회의 담임목사인 헨리 맥스웰 목사를 찾아온 실직자의 증언과 갑작스런 죽음으로 시작된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라는 질문은 주님의 형상을 닮아 가는 제자들을 통해 신앙 운동(movement)이 돼 퍼져 나가고 있어요.
이 책을 통해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WWJD: What Would Jesus Do?)라고 묻고 행동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더 많이 세워지기를 소망해요. 그 헌신된 실천가들을 통해 인간의 모든 문제가 즉시 해결되기 ‘시작’할 것(p.323)이라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