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비전
어쩌다가 카메라를 손에 든 지가 15년이나 됐다. 목회에 쫓겨 여념이 없을 때에는 일년에 고작 한두 번 정도 사진을 찍으러 나갈 수 있었다. 목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취미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제는 카메라가 나와 떼어놓을 수 없는 분신처럼 되어버렸다. 새삼 사진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있다. 나처럼 풍경사진에 취미를 가지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요소가 하나 있는데 그것을 흔히 상상 혹은 구상력(Imagina-tion)이라고 한다. 만일 내가 여름철 새벽에 대청봉을 오른다고 하자. 산을 오르기 전에 내가 찍고 싶은 풍경의 모든 것이 머릿속에 미리 그려져야 한다. 올라가서 보고 좋으니까 정신 없이 셔터를 눌러대는 것보다 미리 구상하는 조건들이 조화를 이루는 풍경을 필름에 담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 훨씬...
발행인칼럼
2003년 12월